영화배우 문소리가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영화로 첫 영화를 찍었다. 주연배우이자 감독을 한 이 영화는 여배우 문소리가 영화를 찍으면서 보고 느낀 것을 자전적으로 담았다고 한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 주연배우로 데뷔한 그녀가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여주인공에 낙점 되었을 때 그녀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한다. 이번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에 대한 많은 인터뷰 중 그녀가 말한 외모 논란에 대한 이야기 중 이창동 감독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 문소리를 이창동 감독이 ‘박하사탕’에 주연으로 캐스팅 했을 때 예쁘지 않은 배우라는 이야기에 상처 받은 문소리가 “감독님 제가 안 예쁜가요?”라고 묻자 이창동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너는 예뻐. 다만 다른 여배우들이 지나치게 예쁜 거야.”

이 이야기를 접한 많은 여성들이 이창동 감독이 젠틀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문소리도 이 이야기를 꺼낸 인터뷰에서 더 이상의 언급이 없었다. 여배우의 외모 문제가 이렇게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걸까?

남자 배우는 연기력으로 평가되는데 여배우는 외모로 평가된다. 예쁘고 젊어야만 하는 여배우의 억압은 우리 사회 여성에게 지워지는 대표적 가부장제 굴레이다. 이 모순은 비단 여배우에게만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중로 의원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에게 “백발이 멋지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시간이 없다고 다급하게 강 장관을 부르고 한 질문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문제로 인한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외교부장관에게 한 질문이 고작 멋지다라니. 만일 강 장관이 남성 외교부 장관이었어도 그랬을까? “오늘 파란 넥타이 멋지십니다. 들어가십시오”라고 했을까?

여배우에게도, 여성 외교부장관에게도 평가의 제1 기준은 외모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어느 자리에 있든 자질과 능력으로 평가되지 않고 외모로 평가된다. 이는 여성을 하나의 개인으로 보지 않고 성별로만 분류하기 때문이다.

문소리 영화 제목은 ‘여배우는 오늘도’다. ‘배우는 오늘도’가 아니라 ‘여배우’의 일상이다. ‘여배우, 여류작가, 여의사, 여성운전자...’ 우리가 흔히 쓰는 ‘女’자를 붙여 구분하는 말들이다. 이 말들은 ‘배우, 작가, 의사, 운전자’는 남성의 직업이고, 그 일을 하는 몇몇 여성들만 따로 분류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사회의 보편성을 남성에게 두고 여성을 예외적으로 두는 것이다.

남성은 사회 보편적 기준에 합당하기에 성별로 평가되지 않고 자질과 능력으로 평가되지만,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별로만 분류된다. 이러한 불합리한 사회적 시선을 문소리 감독이 얼마만큼 영화에 담아냈을지 궁금하다. 그녀의 영화가 우리 사회 젠더 감수성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여배우, 여감독’이 아닌 배우와 감독으로 그녀가 서는 데 이 영화가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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