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자유한국당, 평택시갑) 국회의원이 또다시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게 부탁해 부실기업에 490억원을 부당대출하게 한 혐의가 불거져 한차례 곤욕을 치렀던 원유철 의원이 이번엔 전 보좌관이 골프 사업가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연루의혹을 받고 있다. 원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여 경우에 따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지난 14일 평택의 골프연습장 대표인 한모(47세) 씨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계좌 추적 과정에서 한 씨가 원유철 의원의 전 보좌관 권모(55세) 씨에게 주택사업 관련 인허가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돈이 권 씨의 법원 공탁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대가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권 씨는 이 건과는 별개로 원 의원 지역구 사업가로부터 5500만원의 금품을 받고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구속 수감 중이다.

평택에서 호텔 위탁경영 및 골프·레저사업을 하고 있는 한 씨는 원 의원과도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 운영의 골프연습장 개장행사에 원 의원이 참석하기도 했다. 검찰은 한 씨가 인허가 등 각종 사업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 의원의 도움을 받았는지,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원 의원은 몇 몇 언론에 “검찰이 무슨 일로 한 씨를 수사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관계가 없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관련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원 의원이 기업인과 관련한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원 의원이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과 독대한 후 지역구의 한 부실기업에 490억원을 ‘부당대출’ 하도록 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언론보도에 의해 드러났다.

관련 내용을 보면, 평택시 소재 플랜트 설비업체인 W사는 2012년 9~10월쯤 산은에 ‘공장 부지 매입’ 명목으로 490억원의 대출을 신청했으나 낮은 신용등급(BBB) 등으로 거절당했다. 그러자 W사 박 모 대표는 같은 해 10월 말 원 의원 보좌관이었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권모 씨에게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준다.

권 씨로부터 W사의 애로사항을 듣고 원 의원은 2012년 11월 초 강 전 회장 집무실에서 그를 독대했고, 강 전 회장은 여신담당 부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출을 관철시켰다. 목적을 달성한 박 씨는 9월 초 권 씨에게 추가로 25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부실기업 W사에 대한 대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고, 2014년까지 추가 대출이 계속되며 대출 총액이 1100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박 씨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2015년 3월 W사는 부도처리와 함께 상장 폐지됐다. 결과적으로 산은은 W사로부터 9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는데, 피해는 은행과 함께 최종적으로는 국민에게 돌아갔다. 이전 정부의 여당 실세였던 원 의원이 강만수 전 회장에게 청탁을 넣어 벌어졌던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원 의원은 “권 씨의 금품수수 사실을 몰랐고, 지역구 기업의 민원해소 차원에서 강 전 행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검찰은 권 씨의 개인비리로 결론 내렸다. 부실대출을 청탁한 원 의원은 빠져나가고 보좌관만 알선수재로 구속된 검찰의 이상한 수사 결과였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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