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국정원을 이용해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제압문건’을 만들고, KBS·MBC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비판언론인을 직장에서 쫓아내기 위한 공작을 벌이고, 심리전단을 통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한 것은 ‘민주주의 파괴행위’이자 헌법을 부정한 ‘국정농단’이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작업을 직접 지시한 군 내부문건도 공개됐다.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시민단체의 외피를 쓴 어용단체의 친정부 데모 등에 대한 검찰 조사도 이루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이명박 집권 당시의 흉악한 범죄 행위가 총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이명박의 수족이었던 원세훈 국정원장이 이를 지휘해 구속됐고, 관련 사항이 이명박과의 독대를 통해 보고됐다는 혐의가 나오고 있으니, 조만간 수사당국은 당연히 이명박을 불러 포토라인에 세워야 한다. 이 엄청난 사안들이 이명박의 지시 내지 묵인이 없었거나, 보고가 없이 진행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명박 측에서 ‘정치보복’이니 ‘표적수사’니 하며 반발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 일부 보수언론에서 똑같이 주장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민주주의 파괴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의 의식을 통제하려 한 부정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이에 부역한 언론까지 그 책임이 작지 않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정보기관이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남녀배우를 알몸으로 합성시켜 ‘공화국 인민배우’라는 딱지까지 붙여 인터넷에 유포시켰으니 정권의 수준이 딱 일베만했다. 똑같은 블랙리스트와 언론탄압이라고 해도 국정원을 동원해 자행한 그 저열함이 탄핵당해 대통령의 자리에서 쫓겨난 박근혜 정부보다도 훨씬 심하다. 집권 당시 ‘국격’을 입에 달고 다녔던 이명박이 부끄러워 얼굴이 후끈거릴 국민이 적지 않을 듯싶다. 나라망신은 이명박 박근혜가 다 시키는 셈이다.

국가정보기관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권언유착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쳐 영원한 보수의 집권을 꿈꾸었던 이명박은 먼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소상히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4대강, 해외자원개발, BBK 주가조작, 방산 비리, 잠실 롯데타워 인허가 특혜 등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악취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다.

사법기관은 권력이 저지른 범죄 혐의에는 시효를 두지 말고 끝까지 추적 수사해 사면 없이 엄한 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다시는 이명박과 같은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대통령이 한국 정치사에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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