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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김소라 기자 | 승인 2017.10.12 09:24

우리 모두 여성에 의해 태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엄마로 태어났다는 말은 아니다. 후세를 낳는 사람이 여성은 분명하지만 여성이 모두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이 전적으로 있는 것은 아니다. 친모가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다른 여성 혹은 남성이 양육자로서의 엄마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출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엄마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성에게 좋은 엄마의 모범을 지키라고 말 하는 것은 여성에게 불합리하다.

서양에서는 대부분의 유아식품 및 기저귀 광고 모델은 백인 여성이 압도적이다. 광고는 아이들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키우는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까마귀 엄마’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나쁜 엄마 혹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양육의 책임이 부족한 엄마를 일컫는다. 여성은 모두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나 역시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아이를 지극히 사랑한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양가 감정이 있다. 바로 ‘내가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야. 나는 부족한 엄마 같아. 엄마가 된 것이 너무 좋은 건 아니야’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으로는 ‘엄마로서의 삶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 같아 행복해. 사랑스러운 아이를 얻었잖아’라는 감정이 든다. 이러한 엄마로서의 이중적인 감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이 겪는 분열증적인 자아다.

“결혼은 했지만 나는 엄마가 되길 간절히 바란 것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엄마가 되어 행복하다는 여성도 있지만, 다수는 후회의 감정을 나타내곤 한다. 자발적인 의지로 임신을 한 경우에도 무언의 사회적 압박에 의한 선택으로 임신한 경우가 많다. 나이가 많아서 혹은 결혼한 여성은 애를 낳아야지 하는 편견 때문이다. 엄마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여성이 아이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잘못이다.

출산율 저하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파장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구 절벽의 위기까지 이야기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온갖 정책들을 내놓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들이다. 여성의 인권을 높이기 위한 것이나 근본적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정책은 보기 힘들다. 아이를 낳은 직장 여성들은 ‘슈퍼 커리어 우먼’과 ‘슈퍼맘’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이리 저리 찢겨진다. 집안일과 육아의 균등분배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만 결혼 이전 혹은 임신 전의 여성들에 대한 배려 정책은 전무하다. 한 자녀를 출산한 이후 둘, 셋째 아이를 낳을 경우에 지자체별로 지원되는 지원금 정도가 전부다. 있으나 마나한 양육수당 지급하는 것 정도로 국가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본다.

앞으로도 점점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할 것이다. 엄마로서 삶과 직업 사이의 줄다리기,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생활, 배우자의 지원 결여 등이 눈앞에 빤히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엄마가 되는 일은 소모적이고, 무조건적인 봉사만 강요하는 일이 많다. 극히 보상은 적고 책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회적인 현실 속에서 누가 결혼하고 애 가지려 할까. 모성애가 자연스럽다 혹은 본능이라고 하는 말은 폭력적이다. 인간이 종족번식의 본능 때문에 후세를 낳기 위해 아이를 갖는다고 말하는 것은 일부만 맞고 일부는 틀리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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