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오르내린다. 어금니 이빨이란 사이코패스부터 사회지도층 인사까지 그 범위와 유형은 다양하다.

얼마 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의원(자유한국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 군기 위반 적발 건수는 최근 5년간 14건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9월까지 4건이 적발됐다. 성 군기 위반 종류는 성폭행을 비롯해 성희롱, 성매매, 동성애, 민간인 대상 강제추행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 전에는 영관급 장교가 성추행 사건으로 옷을 벗었고, 그 피해 당사자인 여성 장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도 있었다. 또 있다. 치킨 사업으로 대기업의 신화를 남긴 사장이 성폭행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회장 직에서 물러나질 않나, 국회의원, 법조인, 영화배우, 대학교수, 기업인 등 성관련 사건 소식이 심심치 않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많아졌으며 그로 인해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남녀관계와 성의 문제는 매우 은밀한 것이어서 범죄로 판단하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내로남불>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식으로 애매할 때가 많다. 특히 성희롱의 경우를 보자.

성희롱이란 상대방에게 성적인 언어나 행동으로 상대방이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성범죄이다. 때문에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해져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알고지내 온 남녀사이에서 조금 심한 농담이라도 장난으로 받아들인다면 성희롱이 아니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성적인 농담을 듣는다면 그것은 성희롱이 되는 것이다.

그럼 우리 사회에 성에 관한 범죄가 계속되는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이유는 많을 것이다. 최근 간통죄가 없어지고 가족관계법도 바뀌어 여성의 권위가 강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대해서는 남성 위주로 판단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예부터 내려온 남존여비 사상의 잔재이다. 이는 무의식중에 여성을 성적 대상과 소유물로 인식하는 과오로 이어진다. 술자리일 경우 바로 그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다음은 무비판적인 상업주의 대중예술이다. 돈만 벌면 된다는 얄팍한 욕심이 음란문화를 양산하고, 19금 포르노가 범람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나마 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생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지만, 범람하는 음란물에 노출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갑질문화이다.

성희롱과 성추행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교수와 조교, 장교와 하사관, 감독과 신인배우, 회사간부와 경리직원 등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 즉 갑과 을의 관계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은 소리 없이 분노하며 울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거부하면 당장 불이익이 가해지지 않겠는가.

오태영(극작가)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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