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제2국무회의 제도화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에 대한 헌법화와 함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현행 8대 2에서 6대 4로의 개선 ▲주민직접참여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주민소환 요건 완화 등을 약속하면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연설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내놓았다.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

이날 문 대통령은 “개헌은 내용에 있어서도, 과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하고 “국민주권을 보장하고 정치를 개혁하는 개헌”이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내년 6·13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국회를 향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을 이뤄주기를 요청했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으로 새로운 국가의 틀을 완성하기 위해 정부도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공식적으로 자치와 분권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그동안 정치권에서 주로 제기됐던 분권형 개헌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 경기도 차원에서도 지난달 23일 도, 도의회, 도내 31개 시·군이 ‘경기도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공동 추진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대신한 강득구 연정부지사와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김윤식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회장(시흥시장), 이환설 경기도시군 의회의장협의회 회장(여주시의회의장) 및 도내 시장·군수 등이 참여했다.

이날의 선포식은 그동안 경기도 집행부와 의회, 각 시‧군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지방분권의 노력을 하나로 모아 결집된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공동선언문에서 각 기관은 분권형 개헌을 통한 지방자치 실현, 지방의회 강화, 재정분권을 통한 지방재정 자립, 자치제도 개편을 통한 자치분권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이렇듯 중앙과 지방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또한 현재 국회에서도 한창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감안할 때 자치분권형 개헌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현실화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정치권에서의 자치분권 추진 의지가 반드시 장밋빛 결과만을 낳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전국 차원에서 현재의 대통령제가 제왕적 권력을 낳는다면 자칫 자치분권 강화가 도지사나 시장, 지방의원들의 기득권만 강화시켜 줄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칫 중앙 차원의 제왕적 권력이 지방 차원의 제왕적 권력으로 변화할 뿐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뿐만 아니라 지방 차원에서의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시도의원들의 횡포와 갑질 문화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 이들은 인사와 예산을 독점하거나 관여하면서 국민의 머슴이 아닌 군림자로, 통치자로 지역사회를 장악하며 좌지우지했다. 이들에게 줄을 서지 않으면 지역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세력은 각종 이권을 독식해 온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런데 시민에 의한 권력의 감시 장치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 없이 자치와 지방분권이라는 미명하에 이들에게 입법, 행정, 재정의 권한만을 대폭 강화해 준다면 주민들은 더욱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 정치인들이 국민의 참여와 기본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의 개헌을 주장하는 대신 주로 지방정부 재정 자주성 강화, 자치입법권, 국가기능의 과감한 지방 이양 등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주장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갈수록 우려는 커진다.

물론 지방자치와 분권형 개헌은 제왕적 대통령제나 수도권 중심의 폐해를 극복하고 4차산업시대나 선진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개헌은 위정자나 특정 소수 정치인들에게만 과실이 돌아가는 방식이 아닌 시민의 주도성과 권리,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방식이어야 한다. 비리인사나 캠프 참여인사 또는 충성을 위해 줄 선 인사를 주요 요직에 앉히는 자치단체장의 인사 만행을 견제하고, 보여주기식 사업이나 혈세낭비 등을 막기 위해 참여예산제 확대 등으로 예산권을 나누고, 군림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아웃시키기 위한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제 활성화 등을 이루기 위한 국민주도형 개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국민기본권과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강화되고 제도화되는 개헌이 아니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자치분권형 개헌이라 할 수 없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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