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를 내세우며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의원 중 통합파 9명이 10개월 만에 친정인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한다. 지난 6일 탈당선언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포퓰리즘’과 ‘안보위기’, ‘분열조장’의 폭주라고 규정하며 이를 막기 위해 “보수대통합의 길에 나선다”고 주장했던 이들은 8일 탈당계 제출과 9일 자유한국당으로의 입당을 공식화했다.

보수의 집결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의 지방선거와 이어질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 등 자신들의 현실적인 잇속을 고려해 철새정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도로 자유한국당으로의 회군을 결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맹목적인 지역감정과 분단 및 냉전의식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한국 보수의 정치적 깊이나 활동을 위한 토양, 비전을 갖춘 인물 등이 얼마나 얕고 천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겠다.

8일 현재 김무성, 김용태, 김영우, 강길부, 정양석, 이종구, 홍철호, 황영철 의원이 탈당했고 주호영 의원은 13일 탈당할 예정이다. 바른정당은 11명으로 의석수가 줄어들어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고, 자유한국당은 116명으로 늘어 121석의 더불어민주당과 불과 5석의 차이를 기록하게 됐다.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경우 자유한국당은 원내 1당을 꿰차면서 후반기 국회의장과 선거 국면에서 기호 1번을 차지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정국주도성과 공세를 강화하면서 여야 양당 간 대립과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침몰하는 새누리당을 버리고 올해 초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배를 갈아탄 바 있다. 친박의 몰락을 간파한 현실 정치인들이 발 빠르게 당적을 옮기며 움직인 것이지만 유승민 후보가 득표율 6.7%를 얻은 대선결과나 최근의 저조한 여론조사에서 보듯 기대했던 만큼의 국민 기대를 받지 못하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에 결국 백기 투항한 셈이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 개혁보수를 겉으로 내걸었던 이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이념과 철학에 철저했다기보다는 대선 국면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특정 인물에 기대 탈당하면서 애초부터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복귀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자유한국당 내에 친박 세력이 건재하고, 이들이 그동안 국정농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나 뼈를 깎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통합파들의 이번 보수통합은 명분이 너무도 취약해 보인다.

국정농단과 친박의 전횡을 비판하며 새로운 보수, 보수의 혁신을 외치며 지난 1월 새누리당을 떠난 지 불과 10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라졌을 뿐 자유한국당은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보수가 통합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소신 없이 눈앞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모습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기존의 친박 외에 친홍준표, 친김무성 세력이 이전투구하며 권력투쟁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 세력 간 뿌리 깊은 갈등의 요소를 안은 채 이념, 정책, 정치행태 등에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정부에 맞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남아있는 11명의 바른정당 의원들은 13일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기로 하면서 “함께 죽고 함께 산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끊임없이 동요하며 추가 탈당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중도나 온건보수 노선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모색할 수 있지만 호남의원들의 반발이 강해 이마저 쉽지 않다. 중도·보수대통합론을 들고 국민의당 일부와 자유한국당과의 3당 합당을 모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민의당 의원을 확보하는 것과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이끌어내 통합의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 관견이다.

향후 야권을 둘려싼 정국의 키포인트는 국정농단으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혁신할 줄 모르는 자유한국당의 몸집불리기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난파한 개혁보수의 깃발을 움켜쥐고 동요하는 바른정당, 낮은 지지율과 안철수 대표와 호남 의원들의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는 국민의당 등 보수 내지 중도 성향 정당들의 이합집산과 정계개편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가 될 것이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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