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동시대를 사는 같은 나이의 뱀띠 여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그리고 그네들의 고민은 무얼까. 인터넷 카페에 올려보았다. ‘77년생 분들 지금 뭐가 제일 고민이세요?’라고 질문했다. 수많은 답변들이 댓글로 올라왔다.

“6살과 4살 두 아이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나이 들어서 애 낳고 키우려니 너무 힘들어요.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 친구들 엄마들보다 늙어 보이기도 하고. 동네 애기 엄마들 대여섯 살 씩 차이 나는 어린애들이라 같이 지내기 힘들어요.”

“77년생인데 올해 여섯 살 아들이 있는데 둘째가져야 하나 고민이에요. 이 나이에 무리한 생각일까요?”

“조무사인데 어디에 취직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벌써 척추수술도 한 번 해서 몸에 무리도 있고. 먹고 살 걱정이 크네요. 에효.”

“진로 고민이요. 최근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책에는 나와 있는데, 기술적인 일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정체되는 듯해요. 점점 허한 마음뿐입니다.”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데 겁이 나네요. 이젠 몸이 하나 둘 고장나는 시기인가 봐요.”

“영어공부가 인생 숙원이에요. 마음은 청춘인 것 같은데, 몸은 퍼지고 집에서는 추리닝만 입어요. 계속 나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결혼 14년차, 둘째 아이가 11살이고 이제는 좀 더 나이 들기 전에 무슨 일을 할까 고민돼요. 전업주부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용기가 안 나요.”

“초등학생 남매 키우고 있는데, 이제는 벌써 노후걱정, 남편 건강걱정, 애들 사춘기 걱정. 걱정만 달고 살아요.”

“남편이 유별난 효자에요. 시어머니 걱정에 처자식은 뒤편이에요. 애가 둘인데 또 셋을 임신했어요. 나이 먹어 결혼해서 뒤늦게 웬 고생인지 스스로 한심해요.”

“12살 아들을 두고 있는데, 남편이 낚시 하는 걸 좋아해요. 낚시 도구까지 잔뜩 사서 아들과 둘이 낚시만 하러 다닙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집에만 콕 있어서 심심하네요. 9살, 7살 아들과 딸을 두었습니다.”

“나이 마흔 넘어서 교정을 하고 싶어요. 친언니는 서른에 교정했는데 지금 만족스러워 해요. 사진을 찍어 보면 얼굴이 틀어져 보이고 제가 보기도 싫어요. 교정하고 싶은데, 늦은 걸까요?”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는 고민도 있고, 애써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도 많다. 고민 없는 인생은 없다. 당연히 답도 제각각이다. 77년생들의 고민은 아직까지 아이에 관한 것이 많다.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진로나 미래의 직업을 걱정한다. 100세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막상 준비된 것 없고, 10년 이상 경력단절로 살다 보니 재취업도 만만치 않다. 자격증을 취득하여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도 어렵다. 창업을 하려니 투자비용이 크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부분의 고민이 ‘결혼 이후’ 시작된 것들이 많다. 왜냐하면 남편, 시댁, 아이 등이 주된 고민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막연히 후회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인생에서 마흔이라는 나이는 꽤나 매력적이다.

『참 좋은 나이 마흔』이라는 책이 있다. 인행 유효기간을 여든 살까지 본다면 마흔은 중점이요, 생의 분수령이 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작점이 된다. 서른의 불안감이 다소 안정을 찾기도 한다. 오히려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마흔을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제는 유효기간이 지난 차표와 같고, 내일은 유효기간이 없는 수표와 같다. 그리고 오늘은 당신이 무언가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는 백지와도 같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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