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군공항 이전 문제가 수원과 화성 지역 주민간 갈등을 끊임없이 야기하고, 막대한 혈세와 행정적 낭비를 불러와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워 앞으로도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사회적 비용과 수원 화성 양 도시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유무형의 상처와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해 나갈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내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문제는 수원과 화성에서 주요 선거이슈로 부각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주민심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차적으로 별다른 대책 없이 군공항 이전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기 해왔던 염태영 시장과 김진표 국회의원 등 수원지역 정치인들이 현재의 사태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수원군공항 이전은 수원 정치인들이 앞장서 “군공항이 인구밀집 지역에 있다 보니 야간 기동훈련과 실무장 훈련 등 공군력 강화를 위한 기본 훈련조차 못하고 있다”는 안보 논리를 내세우며 군공항 이전을 추진해 왔다. 서수원 주민들의 군공항으로 인한 소음피해와 지역발전 정체에 대한 고통이 배경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 대상지역에 피해를 전가하며 우월한 정치적, 지역적 힘을 이용해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는 점이다. 현재 예상후보지로 결정된 화성시 화옹지구 주변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요즘 세상에 어느 누가 앉아서 당하고 있겠는가 말이다. 당연히 화성시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나 화옹지구는 미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지난 54년 간 많은 사람이 자살하고 고통을 겪어온 매향리가 있는 곳이라 반감이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화옹지구는 화성호와 매향리를 끼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의 철새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서해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생태환경이 뛰어나고 화옹지구 개발사업을 위해서 1991년부터 2023년까지 총사업비 9,602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이미 6,700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주변에는 ‘매향리 생태평화공원’이 조성되고 있고, 유소년을 위한 야구장 ‘화성 드림파크’도 있다.

무엇보다 채인석 화성시장을 비롯, 시의회와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똘똘 뭉쳐 한목소리로 군공항 이전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다. 이 흐름은 갈수록 강해져 과거 독재시절과 같이 군이 무력으로 일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수원군공항 이전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특히 군공항 이전의 키를 잡고 있는 채 시장이 수원시의 내년 지방선거 전 수원군공항 이전 관련 주민찬반 투표 요구를 거부하고 있고 주민들이 이러한 채 시장을 옹호하고 있는데 어떻게 군공항 이전이 현실화될 수 있겠는가.

수원시와 수원지역 정치인들이 앵무새마냥 양 지역간 갈등을 완화할 방법을 찾겠다느니,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느니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그런데 이미 군공항 이전을 추진했던 수원 정치인들이나 관련 이해관계자들은 너무 많은 비용을 투여하고 발을 깊게 들여 놓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혜진 화성시의원의 경우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이 결정된 것처럼 TV, 버스, 지하철 등 무차별적으로 홍보광고를 하고 있다”며 기자의 말을 인용해 “혈세 500억은 썼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할 정도이니 갈수록 군공항 이전 후유증의 심각성은 쌓여갈 것이다.

주민간, 의회간, 시 차원간 갈등이 쌓이는 현재와 같은 소모전이 계속되면 양도시에 커다란 상처를 주게 된다. 수원시와 화성시, 국방부, 각 지역 이해당사자 대표는 명확한 근거와 입장을 갖고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하며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전 과정이 알려져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도 예비후보지에서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 나온다면 수원시와 지역 정치인들은 더 이상의 미련을 접고, 수원군공항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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