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십이 넘어 시를 쓴 일본의 시인 시바타 도요가 있다. 99세에 시집 ‘약해지지마’를 발간했다. 이에 용기를 내어 글을 쓴 평범한 작가가 있다. 은퇴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은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이다. 제목에 반감을 갖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생 고생하면서 살아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담았다고 말한다.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나도 책 한 권쯤 써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긴 사람들은 많지 않다. 임석원 작가는 소박하고 잔잔한 자신의 삶을 써내려갔다. 어설픈 삶을 엮어내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지리산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1980년 S그룹에 입사하여 23년 근무하며 특히 해외에서 오랫동안 일했죠. 이후 건설사에 입사하여 중동, 동남아 등에 가서 자재구매업무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34년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책 읽고, 글 쓰며 삽니다.”

젊은 시절 사우디와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면서 장남으로 한 집안의 먹고 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야했다. 80년대 많은 가장들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동생들 가르치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집 마련과 장사밑천 마련해 드리는 일까지. 심지어 그의 아내는 남편이 해외근무 나간 신혼 시절 혼자 시집에 들어가 혹독하게 시집살이도 하며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첫 아이를 조산하여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여전히 크다. 결혼하고도 아내보다는 자신의 집안 일이 항상 먼저였다며 미안한 마음을 책 제목으로 표현했다. 이제는 “신혼 초 그 어려운 삶을 뚫고 나온 나의 아내는 참으로 고마운 인생 여행의 동반자다”라고 말하며 못다 한 사랑을 헌신적으로 할 것을 다짐한다.

열심히 한 평생 일했으니 이제는 놀아도 될 만한 위치에 있다. 가정과 직장, 사회를 위해 일을 했으니 자신을 위한 삶을 이제부터 살 거라 한다. 노동만을 숭고한 삶의 가치로 여기면서 살아왔지만 남은 삶은 ‘잘 노는 것’이 오로지 목표라 한다. 현재는 도서관의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책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책 읽고 글 쓰는 재미를 뒤늦게 찾게 되었다.

“책을 500권쯤 읽고 나서는 제가 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건설자재구매전문가로 평생 일했었는데, 은퇴 후에는 책 읽고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으로 사는 거죠. 작가로서 사는 제2의 인생 신이 나네요!”

임석원 작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흥이 넘쳐난다. 은퇴한 후 독서모임, 명화감상, 컴퓨터, 중국어, 원어민 고급영어 등의 강좌를 듣기 위해 도서관으로 출퇴근 한다. 중소기업센터에서 재취업 상담을 알아 본 후 영어를 잘 하다보니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미군부대에서 주3회 계약직으로 일을 한다. 이러한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60대 이후 은퇴의 삶이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축복이다. 임석원 작가의 두 번째 책에 대한 구상도 벌써 나왔다. 바로 ‘남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삶의 현장에서 외롭게 투쟁하면서 살아가는 불쌍한 남자들의 이야기가 주제라고 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잘 살든 못 살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책 『나는 내 아내가 너무 좋다』는 어쩌면 한 시대를 살아온 모든 장남들의 이야기가 아닐지.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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