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델은 누구인가? 전지현 송혜교 혹은 장동건 현빈처럼 잘생기고 예쁜 배우가 아니다. 바로 개그맨 김생민. 지난 6월 시작한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광고모델 섭외 1순위가 됐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현명한 소비가 곧 절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근검절약할 것을 이야기한다. 영수증으로 대박 난 인생이다. 뛰어난 재치와 진행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게 된 그는 ‘그뤠잇’ ‘스튜핏’ 등의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왜 사람들은 ‘영수증’ 이야기에 열광할까.

불황과 취업난에 지친 사람들은 ‘오늘을 즐기자’고 외치며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의 라이프스타일을 좇는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비 지향주의 신조어는 오히려 미래의 준비보다는 지금, 현재, 오늘에 초점을 맞춘다. 당연히 절약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삶이다.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짠돌이로 사는 것은 욜로의 가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고, 3년~5년 할부로 신차를 구입하고, 해외여행은 일년에 몇 차례씩 가주어야 하고. 소비가 권장되는 사회 속에서 김생민의 영수증은 ‘스튜핏’을 외치고 있다.

궁상맞을 정도로 아끼고 아껴 목돈을 모았던 ‘짠테크’라는 단어. 절약을 왠지 팍팍하고 피폐하게 여기게 됐다. 하지만 ‘영수증’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절약하고 싶은 욕구에 빠져든다. ‘돈은 안 쓰는 것’ ‘옷은 22년째 입는 것’ ‘숙취는 충분한 수면과 물로 해결’ 등과 같은 말은 김생민식 명언이다.

방송 내용 중 타인의 영수증 사연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어떻게 돈을 썼는지 은근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김생민은 사연을 보내준 사람들의 한 달 치 영수증을 낱낱이 읽어준다. 그리고 사연자의 소비 습관을 분석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줄여야 할지를 코칭한다. 과감하게 월급의 반 이상을 저금하라고 조언하기도 하고, 당장 커피를 끓으라고 한다. 위기의식을 부추기고, 쓸데없는 취미생활의 지출도 없애라 한다. 허무맹랑한 대박을 바라기보다는 당장 손 안에 든 걸 한 푼 두 푼 아끼라고 한다.

‘탕진잼’은 ‘일상생활에서 돈을 낭비하듯 쓰며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행태’를 뜻한다. 심지어 젊은 사람들은 1~5년 안에 퇴사하고 ‘퇴직금 탕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새로운 인생으로 리셋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텅 비우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로 탕진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허무한 탕진과 전쟁 같은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미친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쓴다.

‘김생민의 영수증’을 들으며 나의 영수증을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몇 년 간 쓰지 않았던 가계부를 다 적고 있다. 매일 얼마 썼는지 빼곡하게 기록하다 보니 나의 소비습관과 생활의 일부가 보여지는 듯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절대 돈을 쓰지 말라는 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어디에 무엇을 썼는지 들여다보라는 의미다. 영수증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아름다운 인생의 영수증은 과연 뭘까. 일과 삶의 균형, 내면과 외면이 조화로운 영수증이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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