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라난 소년과 소녀. 그들의 범상치 않은 일상이 낱낱이 공개된 장애인권영화라 할 수 있는 ‘반짝이는 박수소리’. 이길보라 감독의 영화다.

1990년생의 젊은 감독은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던 중 자퇴를 하고, 8개월 동안 인도 및 아시아 8개국을 여행했다. 여행을 한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교 밖 공동체에서 홈스쿨러, 로드스쿨러가 되어서 거리에서 삶을 배웠다. 2008년에 자신이 처음 제작 연출한 다큐멘터리 ‘로드스쿨러’와 저서 ‘길은 학교다’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두 번째 장편영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다.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자란 비장애인 자녀를 ‘코다’라고 부른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수화를 일찍 익혀야 했던 이길보라 감독과 남동생은 부모님을 대신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 장애인 축구 선수로 해외로 시합까지 다니면서 유망했던 청년이었던 아빠는 장애인이 운동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말에 기능공이 되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엄마는 장애인은 선생님이 될 수 없다고 하여 미싱을 돌리는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아빠의 끈질긴 구애로 엄마와 결혼을 하고, 두 남매를 낳고 보통의 가정처럼 살아가길 바랐다. 하지만 청각 장애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럼에도 남매를 믿음과 사랑으로 잘 키워냈다.

“5-6살 때였나요. 엄마, 아빠가 길에서 풀빵 장사를 하실 때 저는 오백원, 천원 손님들의 돈을 스스로 계산하고 부모님을 대신하여 사람들에게 말을 했죠. 집을 계약할 때, 물건을 사고 팔 때, 어른들 사이에서의 큰 일들을 해결해야 할 때 어린 저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되어야 했답니다. 항상 궁금했어요. 들리지 않는 세계의 사람들과 들리는 사람들의 세계, 그 사이에서 저라는 사람. 그 간극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었을까요.”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과 성찰을 담아낸다. 남들보다 쉽게 차이를 받아들인 그녀는 영화 속에서 손과 표정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사실 청각장애인들의 언어는 수화 이외에도 굉장히 다양하단다. 정식 한글 수화 이외에도, 수화 사투리, 손신호, 가정마다 다른 수화 등 다양한 소통방식이 있다. 최근까지도 맹학교에 수화를 하지 못하는 일반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수화를 못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님이 맹학교를 다녔지만 언어적으로 일반인들에 비해 매우 뒤떨어진다. 읽고 쓰긴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의 10대 시절까지의 교육이 수화로 모든 지식을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이후 자연히 지적인 생활이 떨어지게 된다.

그녀가 학교를 자퇴하고 영화를 찍은 이유는 뭘까.

“학교에서는 이렇게 진학상담을 했어요. 지금 영어, 수학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소위 스카이라고 하는 대학의 언론관련 학과를 들어간 다음 졸업하고 언론고시 보고, 언론사에 들어가 일을 하다가 바닥부터 시작해서 조연출, 감독까지 될 수 있는 길을 말해요. 20년도 넘게 걸리겠더라고요(웃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지금’ 선택할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도 좋지 않을까요. 학교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학교 밖에서 다른 배움을 얻고 싶은 강렬한 마음이 있었어요. 8개월 동안 여행한 경비는 모두 후원해주시는 분들의 십시일반의 경비로 800만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배웠죠. 여행 후 학교보다 배우는 것이 훨씬 크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지금은 이런 방식의 학교 밖 삶이 더욱 다양해지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실상입니다.”

학교라는 고정된 틀에 갇혀서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세상 밖으로 할 수 없다. 영화는 물론 청각 장애인 부모님의 삶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일상을 담았지만 그 속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냈다. ‘반짝이는 박수소리’ ‘길은 학교다’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큰 재산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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