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듯 오산 수원 화성에 있는 정치인들 역시 행사에는 경쟁하듯 얼굴을 내밀면서 정작 민원 현장 방문이나 정책토론 개최에는 참으로 인색하다.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체 하는 건지 대체 알 수가 없다.

정치인의 기본은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이를 시정이나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고, 말과 정책으로 논쟁하며 현안에 대해 보다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신물 나게 보는, 마치 연예인처럼 행사장에만 나타나 악수하고 사진 찍어주며 표를 구걸하는 삼류정치는 이제 그만 삼갈 일이다. 언론사가 돈벌이를 위해 만든 허접한 상을 타고 자화자찬의 보도자료를 뿌려대는 그런 유치한 짓의 본질도 이제 똑똑한 유권자는 꿰뚫어보고 있다. SNS에 일방적으로 업적만 홍보하고 쓴소리는 하나 없이 매번 똑같은 사람들 끼리끼리 ‘좋아요’ 수백개가 달린다고 이것이 소통의 참모습이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소통을 가장한 줄 세우기이자 그들만의 연대에 불과한 측면이 강하다.

정작 오산 궐동 원주민들의 재개발 문제나 화성 동탄2신도시의 산업단지 조성, 수원 군공항 이전의 화옹지구로의 이전 등 지역 현안이자 뜨거운 사안들에 대해서는 시나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회다운 토론회를 열 생각은 하지 않으니 이상한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안들뿐만 아니라 마을가꾸기, 복지정책, 범죄예방, 여성 및 장애인 인권 향상, 주민 안전 확보, 청년과 노인 일자리 확충, 하천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일, 지역의 교육과 문화를 꽃피우기 위한 방안, 제대로 된 축제 만들기 등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수렴하며 함께 정책을 모색할 일들은 쌓이고도 쌓여 있다.

불필요한 행사 참석보다 정작 시장과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이 그들이 응당 해야 할 의무이다. 지금과 같이 온갖 잡다한 행사에 참여하고 문화공연 보러 다니면서 대접받는 것만 즐기는 정치인이라면 시민의 머슴이 아닌 혈세만 축내는 정치인일 뿐이다. 지역의 고통 받는 주민들의 목소리 듣기에는 인색한 정치인들이 왜 밖에서는 그토록 북 콘서트를 많이 열고, 국회나 호텔에서 폼 나는 토론회에는 열심히 참여하는지, 이들을 보면 토론회도 가려가면서 하는 듯하다. 시민에게는 혈세 낭비하는 휘황찬란한 곳에서의 토론회가 아닌 전통시장이나 경로당, 청소년문화의집, 시청 회의실 등 문턱이 낮고 누구나 찾아가기 쉬운 곳에서의 토론회가 필요하다.

선거에서 당선되면 모든 것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시민의 쓴소리는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직접민주주의는 고사하고 간접민주주의, 대의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산수화의 정치가 지금보다 더욱 발전하려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짝 피고 시민 삶의 질이 나아지려면 정치인들이 이제 행사 참여 위주의 저급한 정치는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항상 강조하는 시민 주권,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정치인과 행정에 대해 신랄하고 건전한 비판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시민의 입을 열어주어야 하고, 정책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가능한 일상적인 토론회가 펼쳐져야 한다. 그런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이러한 정치와 행정이 이루어지면, 현재와 같은 권력자들의 낙하산 인사가 근절될 것이고, 선거 승리자 그룹이 이권을 독식하는 폐해도 줄어들 것이며, 환경 파괴나 주민 무시 일방 행정이 없어질 것이며, 또한 엉뚱한 행사나 사업으로 혈세가 줄줄 새는 일도 바로 잡힐 것이다. 진정한 정치는 행사에 참여해 악수하며 형식적인 만남을 되풀이 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부터 바뀌어야 정치인이 바뀐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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