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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은 과연 배려받는 자리인가?”
한아름(경기대 국문과 3학년) | 승인 2017.12.05 04:25

평일 저녁 8시 지하철 1호선의 모습. 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의 공기는 답답하고 불쾌한 냄새를 품고 있다. 사람들이 어깨에 멘 가방은 무거워 보인다. 하루 일과를 끝낸 피곤한 몸을 이끌고 모두들 앞자리에 빈 의자만 나길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자리가 났고, 피가 쏠린 다리를 쉬게 할 수 있었다. 눈을 감으려고 하는 순간 한 정거장 지나자마자 내 앞에 여자가 선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

‘임산부 먼저’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는 임산부 배지. ‘그냥 모른 척 할까? 눈감고 자는 척 해 볼까? 아니야... 그래도 임산부인데’ 이렇게 내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잠깐의 고민이 한참처럼 느껴졌다. 큰 맘 먹고 “여기 앉으시겠어요?”하고 자리를 양보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나도 ‘미래의 임산부가 될 여성 아닌가’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사건은 별 것 아닌 일이 아니었다. 집에 와서 우연히 인터넷에서 임신 9개월에 접어든 여성의 고충을 말하는 동영상을 보게 됐다. 임신 초기에서 입덧으로 고생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입덧이 너무 심해 입덧 약을 먹고 있는데 보험이 적용 안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온 몸의 관절이 벌어지고, 인대는 늘어나고, 손발에 쥐가 나면서 온 몸이 아픈 이야기. 샤워를 발끝까지 제대로 할 수 없고, 스스로 발톱을 깎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 누워서 편히 숨을 쉴 수도 없는 상황 등은 충격이었다. 절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몸 안에서 하나의 생명을 건강히 만들어내기 위해 장기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임산부에 대한 무지한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었다. 잠깐이지만 자리 양보를 할까 말까 고민했던 나 자신에 대해 한없이 부끄러웠다.

지하철 임산부석에 대해 요즘 논란이 많다. 임산부 배려석에 반대하는 의견 중 “전동차 내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인 것이지 의무는 아니다. 따라서 전동차 내 임산부가 없다면 누구든 앉아도 괜찮다” “열차 상황 봐라. 이 속에서 무슨 배려가 나오겠냐” “임신한 척 앉은 여자들이 문제다” “임산부는 노약자석에 같이 앉아라” “임신이 대수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임산부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그렇지 않다. “임산부가 임산부 배지를 달고 서 있어도 양보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 힘들다” “임신부 배려석은 그림의 떡이다” “어린데 왜 안 일어나냐라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힘들 때 임산부 배려석이 있으면 사막의 오아시스 같아요” “임산부에 대한 공감, 배려 문화가 확산되어야 해요!”

아마도 이런 의견의 차이가 나타나는 배경은 대체적으로 양보가 이루어지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생각 차이로 보인다. 겉모습으로 표가 많이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의 경우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고, 임산부 배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도 그리 높지 않다.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인권의 시작이다. 임신으로 인한 여성의 신체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임산부 배려석과 같은 약자를 배려하는 존중의 문화가 필요한 때다.

한아름(경기대 국문과 3학년)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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