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재위 1776~1800)의 일대기를 다루었던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와 도화서의 화원인 성송연의 사랑은 흥미로운 소재였는데, 실제 성송연의 모델이 되는 의빈 성씨(1753~1786)는 드라마처럼 도화서 화원이 아닌 궁녀 출신이었다. 궁녀 가운데 유일하게 정조에게 승은을 입었던 의빈 성씨는 정조와의 사이에서 첫째 아들인 문효세자(1782~1786)를 낳게 되고, 세자로 책봉이 되면서 내명부의 품계 상 가장 높은 빈(嬪)에 책봉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평소 여인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정조였지만, 이상하게 의빈 성씨에게 만큼은 마음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는 의빈 성씨가 세상을 떠난 뒤 친히 어제비를 내린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정조의 여인들 가운데 어제비를 받은 것은 의빈 성씨가 유일하기 때문에 의빈 성씨를 대하는 정조의 감정이 남달랐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서삼릉의 비공개 지역에 위치한 빈과 귀인의 묘역. 이 많은 묘 가운데 의빈 성씨의 ‘의빈묘’가 자리하고 있다.

의빈 성씨의 ‘의빈묘’. 본래 아들인 문효세자의 ‘효창원’과 함께 효창공원에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현 위치로 이장이 되었다.

■ 의빈 성씨의 ‘의빈묘’가 서삼릉으로 옮겨지기까지

정조와 의빈 성씨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두었는데, 딸이 첫돌을 넘기기 전에 세상을 떠난데 이어 문효세자 역시 5살의 나이로 요절을 하게 된다. 게다가 의빈 성씨가 세상을 떠날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었기에 안타까움을 더 했다. 이후 ‘의빈묘’는 문효세자가 잠든 ‘효창원’과 함께 지금의 효창공원에 자리하게 되는데, 이는 도성에서 가까운 곳에 묘역을 조성하기를 원했던 정조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1944년 효창공원에 있던 ‘의빈묘’와 ‘효창원’은 현재의 위치인 서삼릉으로 강제로 이전이 되었다. 현재 ‘의빈묘’는 서삼릉의 비공개 지역인 빈과 귀인 묘역에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공동묘지처럼 조성된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다. 분명 묘역을 조성할 당시 문인석을 비롯한 석물이 함께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봉분과 비석, 상석과 향로석만 남아있는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문효세자의 신도비. 효창원의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효창원’의 전경. 바로 뒤에 의소세손의 ‘의령원’이 자리하고 있다.

■ 효창공원의 유래가 된 문효세자의 ‘효창원’

‘의빈묘’와 함께 서삼릉에는 정조와 의빈 성씨의 아들인 문효세자의 '효창원'이 자리하고 있다. 효창원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본래 효창공원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본래 ‘효창묘’로 불렸으나 고종 때 원(園)으로 격상이 되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의빈묘’와 함께 서삼릉으로 옮겨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재 ‘효창원’은 사도세자(추존 장조, 1735~1762)의 첫째 아들인 의소세손(1750~1752)의 ‘의령원(懿寧園)’과 함께 조성이 되어 있다. 1782년 문효세자의 탄생은 정조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는데, 후사를 이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점과 함께 아비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함을 표시했다. 불과 3살의 나이에 세자로 책봉되는 파격을 선보인 것 역시 문효세자에 대한 정조의 기대감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 문효세자가 5살의 나이로 요절하면서 정조에게 큰 아픔을 안기게 된다.

‘효창원’의 원침에 세워진 비석. ‘조선국 문효세자 효창원’이 새겨져 있다.

석물 중 석호의 모습. ‘효창원’은 봉분을 보호하는 곡장이 없는 형태로 석물의 규모 역시 크지가 않다.

현재 ‘의령원’과 함께 조성된 ‘효창원’은 제향이 이루어지는 일자 형태의 건물과 좌측에는 문효세자의 신도비가 자리하고 있으며, ‘의령원’의 앞쪽에 ‘효창원’의 원침이 자리하고 있다. 봉분의 뒤로 석양과 석호가 각 1쌍이 자리하고 있으며, 곡장은 설치되지 않았다. 봉분의 좌측에는 피장자를 알 수 있는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에는 ‘조선국 문효세자 효창원’이 전서로 새겨져 있다. 봉분의 앞으로 혼유석과 고석이 설치되었으며, 원침의 좌우에는 망주석 1쌍과 함께 문인석과 석마가 각 1쌍이 세워져 있다. 특징점이라면 문인석의 크기가 인근의 ‘예릉’과 ‘희릉’에 비해 현저하게 작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탓에 그 규모는 작고 왜소한 편이다. 본래 효창공원에 있어야 할 원역과 묘가 지금은 서삼릉에 쫓기듯 옮겨져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운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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