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행궁길갤러리에서 올해의 마지막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기억 그리고 위로’ 라는 전시 제목의 ‘스폰지바느질아트’ 전시다. 임승희 아트디렉터의 꾸준한 활동 및 전시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재활용도 되지 않고 버려지는 스티로폼 접시를 이용한 예술이 바로 스폰지바느질아트다. 여기에 바느질을 하여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이번 전시는 특히 끝나지 않은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표현해냈다. 임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미리 구상된 것도 있지만 즉흥적인 영감을 받아 전시장을 꾸미기도 한다.

“전복 하나 하나가 배라고 상상했어요. 단단하고 안전한 배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표현했죠. 작년에 이어서 전시한 것인데 개수가 늘어나고, 색깔도 변했어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죠.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 또 더 이상 이러한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 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시민단체 활동을 하거나 봉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엄마이고 작가이면서 어떻게 세월호의 아픔을 표현할까 혹은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생각이었다. 모금을 하기도 하고, 관련 기획전을 열거나 체험전도 하였다. 하고 싶은 일들을 주저 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작품을 표현한 전복은 모두 근처의 횟집이나 음식점에서 버리는 것을 재활용했다. 가까운 곳의 식당에 부탁을 해서 계속 모았다고 한다. 이미 전복껍질에 5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것을 그대로 엮으면 된다. 어떤 가공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물을 인공적인 것과 더하여 새롭게 창조해냈다. 매년 새롭게 도전하고 창작하는 임승희 작가는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품이 무겁고 어두운 마음이 있어서 자신에게 있어 즐거운 활동도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랑과 핑크 바탕의 색을 칠하면서 행복감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었다.

“어릴 때 핑크를 한 번도 갖지 못했어요. 나에게는 핑크가 어울리지 않다는 무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핑크가 정말 예쁜 색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입구에 핑크색으로 쓰여 있는 안내표지를 보고 안전한 색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저에게도 핑크는 사용할 수 있는 색이 된 거에요.”

예술은 결국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다. 무엇인가 거부하고 원치 않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 안에 있는 과거 상처나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들이 있다. 자신의 신념, 비판, 소망 등은 결국 오랜 시간 형성된 자신의 모습이다. 스폰지라는 소재에 주목하고, 버려지는 것을 통해서 멋진 작품을 만들어가는 임승희 작가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운 일을 하면서 길을 만들어나간다.

몇 년 전 우연히 전시를 보고 알게 되었는데 매년 꾸준히 전시를 하고 있는 모습도 대단하다. 가족의 도움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연말 오히려 떠들썩하게 지내는 시기에 일년 작업을 마무리하는 의미의 전시를 통해 새해 다짐을 대신 한다고. 다음 해에는 어떤 전시로 임승희 작가가 활동을 할지 기대가 크다. 임승희 작가는 최근에는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거나 정크 아트 프로그램, 멸종위기 동물 등에 대한 생각도 스폰지바느질아트로 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일상의 예술가로 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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