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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의 불청객, 정전기에 숨은 물리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응용광물리학과) | 승인 2018.01.04 09:16

건조한 겨울철이 되면 자동차의 문을 열기가 겁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차키를 차에 댈 때 정전기가 일으키는 스파크(spark)가 손에 찌릿한 괴로움을 안기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빗으로 머리를 빗을 때, 옷을 입거나 벗을 때에도 정전기의 불쾌감이 이어지곤 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인 정전기는 왜 겨울철에 주로 생길까.

정전기의 원인은 물질을 구성하는 근본 성분과 관련된다. 1965년 노벨물리학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은 후세에 물려줄 단 하나의 과학적 지식으로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란 문장을 골랐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암흑물질을 제외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다시 양전하를 띠는 원자핵과 이를 감싸며 음전하를 띠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전하량의 크기는 같기에 물질들은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열이나 압력, 마찰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전자를 잃거나 얻는다. 가령 플라스틱을 헝겊으로 문지르면 헝겊을 이루는 원자의 전자들이 플라스틱으로 옮겨가며 플라스틱은 음으로, 헝겊은 양으로 대전된다. 평상시에는 공기 중의 습기, 즉 물 분자가 정전기를 대부분 제거한다. 이는 물 분자가 양전하와 음전하의 분포가 불균일한 극성 분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극성 분자는 음으로 대전된 물체 위 여분의 전자를 빼앗거나 양으로 대전된 물체에 전자를 전달함으로써 정전기를 없애고 중성 상태를 회복시킨다.

문제는 습도가 매우 낮은 겨울철에 발생한다. 중성으로 되돌릴 물 분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물체의 대전 상태가 유지되며 전하가 쌓여간다. 이로 인해 대전된 물체와 이웃 물체 사이에 걸리는 전압이 높아지게 된다. 이 전압이 어떤 한계치를 넘어 서면 부도체인 공기의 절연 특성, 즉 전기가 흐르지 않는 성질이 파괴되며 공기 중으로 순간적인 전류 흐름인 스파크가 발생한다. 그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번개다. 폭풍우 속 격렬한 기류 속에서 부딪히는 얼음 알갱이들에 쌓이는 전하는 수백만 혹은 수천만 볼트의 전압을 형성한다.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구름과 대지 사이에 형성된 높은 전압에 의해 중성인 공기분자들이 이온화되고 이들이 만드는 전류 흐름이 구름에 쌓인 전하를 순식간에 방전시키며 번개를 일으킨다.

우리가 겨울철에 경험하는 방전 스파크도 기본적인 원리는 번개와 동일하다. 겨울에는 건조해진 몸이나 입고 있는 옷이 여분의 전하가 쌓이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형성되는 전압은 보통 수천 볼트, 높을 때는 수만 볼트에 달한다. 이렇게 대전된 사람이 상대방과 악수를 하거나 도체인 자동차에 접근하면 공기의 절연이 파괴되면서 이온화된 전류 채널, 즉 스파크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여분의 전하가 방전되며 제거되는 것이다. 결국 정전기에 의한 방전 스파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쌓인 전하를 미리 없애야 한다. 자동차 문을 열기 전에 차키로 차체를 톡톡 두드려서 쌓인 전하를 흘러가게 하는 것, 손에 입김을 불어 인위적으로 습도를 높이는 것 등이 스파크를 방지하는 몇 가지 방법이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스파크와 같은 방전 현상이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 곳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다양한 기술의 기반이 된다. 스파크처럼 양이온과 음이온(혹은 음의 전자)이 공존하는 유체를 플라스마라 한다. 스파크는 방전에 의해 형성되는 순간적인 전류 흐름이다. 반면에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전류 채널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면 아크(arc) 방전이 된다. 19세기 사용된 아크등이 바로 탄소 전극 사이에 형성된 아크가 방출하는 빛을 조명으로 이용한 것이다. 오늘날 조명으로 쓰이는 형광등은 내부에 약한 아크를 형성하고 여기서 방출되는 자외선을 유리관에 코팅한 형광물질에 쬐어주어 빛을 만든다. 산업 현장에서는 저온 플라스마를 표면 처리를 포함한 다양한 공정에 이용한다. 극단적으로 온도가 높은 고밀도 플라스마는 핵융합 실험에 사용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친숙한 문장의 대상은 문화재나 사찰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전기의 물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정전기 현상 속에 숨어 있는 미시 세계를 엿보고 물질을 이루는 원자가 전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거센 폭풍우 속에서 내리치는 엄청난 규모의 번개와 우리 손에서 튀는 미세한 스파크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들려준다. 다채롭고 복잡한 자연 현상의 이면에 숨어 있는 단순성과 패턴을 찾는 것, 그것이 물리학자들의 꿈이자 목표다.

고재현 교수(한림대학교 응용광물리학과)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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