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을 심정적으로 지지하지만 막상 대안학교를 입학하는 부모는 소수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거치면서 중학교 진학하는 시점이 오면 자연스레 주류의 선택, 대다수의 선택을 따른다. 대학은 보내야 하지 않냐고, 정규 학력은 인정받는 학교가 낫지 않냐고, 먹고살기 힘든데 회사는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나는 10년 넘게 사교육입시논술을 해 왔던 사람이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야 그 일의 모순을 깨달았다. 그동안 논술강사라고 하면서 제대로 인문, 사회, 철학서를 읽지도 않은 채 요약본으로만 학생들을 지도했었다. 단기간의 논술지도로 명문대를 진학하도록 도왔던 내가 그동안은 자랑스러웠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이 교육을 내 아이가 18년, 19년 뒤 똑같이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단연코 ‘아니다’ 라는 대답이 내면에서 들려왔다. 과감히 그만두고 나부터 다른 길을 찾아나갔다.

『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는 대안교육잡지 민들레 발행인 현병호 선생님의 글이다. 기존의 교육을 낯설게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의 서술이 흥미롭다. 결국 삶을 잘 사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시험 잘 보는 기술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p.90) 라는 의미를 이미 몸으로 느껴보지 않았는가. 중, 고등학교 시절 문제집에서 풀었던 문제가 삶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1-5번까지 정답이 없다. 자신만의 길과 정답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게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두려움과 직면하는 그 순간 내면에서 힘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 두려움을 회피하는 게 아닌 본질에 맞서는 힘이 스스로를 강하게 한다.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아플까봐, 실패할까봐, 가난할까봐... 모든 것이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또한 비교에서 나온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공간’이다. 콘크리트 벽으로 갇힌 공간에서 네모난 벽으로 가로막힌 곳에서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나올 수 있을까? ‘공간은 곧 교육자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느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배움이 달라진다. 초등학생 아이는 삼척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1주일씩 캠프를 다닌 지 몇 년 되었다. 그곳을 갔다 오면 아이는 놀랄 정도로 건강해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통나무집에서 먹고 자기,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계곡에서의 썰매타기, 쏟아질 듯한 별을 쳐다보며 음악을 짓고 부르는 일. 도시에서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은 고스란히 아이의 내면에 쌓이게 될 것이다.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 역시 두려움은 있다. 이 책은 대안교육만이 해답이라고 제시하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책임의 문제도 이야기한다.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대해서도 말한다. 하지만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각자 걸어가야 할 길이 다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안녕하십니까? 』는 독자에게 불편한 책이다. 경쟁과 두려움을 학습한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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