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유형문화재 제100호로 지정된 ‘온온사’는 과거 과천현의 중심 건물이었다. 조선시대 거의 사라져버린 객사 건물이다.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수원에 있는 현륭원에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객사였다. 객사는 주로 외부 관리들이 마을에 들렀을 때 이용되던 숙소다. 보통 때는 관리들이 업무를 보는 행정기관이다. 현재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된다.

그런대 숙소에 불과한 객사가 왜 중요할까. 바로 조선시대 왕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기 때문이다. 온온사의 객사를 들여다보았다. 바닥에 전돌을 깔고 제례를 올리는 정청과 마루와 온돌을 두어 숙소로 이용되는 동, 서헌이 있다. 객사에서 고을 수령은 매월 초하루와 보름 전패를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당연히 임금을 모신 곳이기에 격조 있는 건물 형태를 보여준다.

온온사(穩穩舍) 라는 이름은 정조가 직접 내린 사호라 한다. 정조가 휴식을 취하는 중 주위 경관이 아름답고 몸이 편안하다고 하여 친필로 지은 이름이다. 과연 그러한지 온온사를 둘러보자. 한 눈에 보아도 수백 년 됨 직한 600년 된 은행나무가 온온사 입구에 위치해 있다. 역대현감비석도 모두 옮겨 놓았다. 산으로 둘러싸여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다. 온온사 왼편에는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고, 곧은 마음을 표현하는 나무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마음의 평온함을 느꼈던 정조대왕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1895년(고종32년) 행정개편이 있은 이후 객사의 기능을 상실하고 과천군의 청사로 이용되었다. 1914년부터는 과천면사무소 건물로 이용되었고, 1932년도부터 면사무소 건물이 신축되면서 부속건물이 되었다. 1986년 복원되어 지금 자리에 다시금 자리매김한 것이다. 온온사가 위치해 있는 과천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현재 경기도는 삼남길이라는 코스를 만들어 과거 삼남대로였던 옛 길을 역사문화 탐방로로 복원했다. 삼남대로는 조선시대 6대 대로로 한양과 충청, 전라와 경상 삼남 지방을 이었던 1000리에 달하는 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이 길을 걸었고, 삼남지방의 풍부한 물산이 오고 갔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해 현륭원으로 다니던 길이며, 이순신 장군이 전라 좌수영으로 부임하던 길이다. 정도전과 정약용이 유배에 올랐던 길이기도 했고, 임진왜란과 한국 전쟁의 격전지였다.

온온사는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조화가 인상적이다. 정조대왕이 직접 이름을 내린 곳이며,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한 곳이다. 바로 앞에 위치한 과천시건강가정지원센터를 찾은 아이 부모들은 날이 좋은 날 이곳에서 소풍을 하곤 한다. 정조대왕의 마음이 담긴 온온사에서 볕이 좋은 날 휴식을 취해보면 어떨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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