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최초의 한복대여점을 열어 화성을 한복으로 물든 여성 창업가가 있다. 바로 행궁낭자 대표인 하혜정 씨다. 2015년 9월 한복 10벌로 대여점을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맞춤한복 및 제작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수원시문화재단의 해설사 조끼 제작, 수원 무예24기 공연단의 공연복 제작, 대구 약령시의 축제의상제작 등 다양한 문의가 들어왔다. 지난 해 매출 중 한복제작과 대여사업이 절반씩이라고 한다. 평범한 사회복지사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어떻게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누구나 쉽게 도전하기 힘든 한복가게를.

“어릴 때는 미술을 했어요.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넉넉하지 않은 집안형편상 마음을 접고 사회복지학과를 들어갔죠. 대학시절에는 사회과학책을 많이 읽으면서 이명박 정권 때 사회운동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졸업 후 자활센터에서 회계일을 하였는데 20대 후반이 되어 보니 ‘내 인생이 아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안정적이고 보람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나를 개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사업을 시작한 계기를 풀어 놓은 그녀는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만난 20~30대 여성들의 자기계발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이 한복을 하는 분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경기컨텐츠진흥원에서 청년창업에 관한 과정을 듣고 신용보증에서 청년창업 자금대출을 지원받고 곧바로 사업에 착수했다.

“수원화성에서 한복을 입고 사진 찍고 놀아보니 참 예쁘더라고요. 전주나 경복궁 같은 분위기와는 또 달랐어요. 수원에서 한복 입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보기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죠”라면서 시작은 가벼웠다고 한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면서 광장시장의 원단가게를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다니면서 안목을 키웠다. 처음에는 대여만 할 생각이었지만 맞춤한복의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바느질하는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지난 해에는 ‘정조파티’를 열어 20대가 한복을 입고 클럽에서 놀아보는 장을 마련하면서 120명 정도가 모이게 했다. 모두 지자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힘으로 해낸 성과다.

“한복은 한국인의 체형에 정말 잘 맞는 과학적인 옷이에요. 누군가를 예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이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수원의 무예24기 공연복을 맞춤했는데 무예단원들이 지금까지 입었던 옷 중 최고라는 찬사를 들을 때 보람이 컸죠”라면서 일에 대한 즐거움을 표현한다. 3년간의 사업으로 힘든 적은 없었을까. 20대의 열정 하나로만 시작한 일이지만 죽음을 넘나드는 일까지 겪었다고 한다.

“건물 지하에 있던 노래방에서 불이 나면서 2층에 있던 행궁낭자에 불이 나서 손해가 막심했어요. 최근에는 집에 불이 나서 몽땅 다 타버린 일이 있었어요.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게 인생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의미 있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는 당장 입을 옷 하나 없이 집이 다 타버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안 입는 옷이나 살림살이를 주셨어요. 오히려 전보다 많은 것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렇게 서로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일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워요.”

젊은 나이지만 결코 경험은 가볍지 않다. 한복대여점은 유행도 타고, 계속적인 재투자로 확장을 해나가야 하는 일이기에 버는 돈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복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제작과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무료로 알려준다. 수원에서 청년창작소 활동 하면서 청년들에게 자립의 노하우와 삶의 방법을 전수하고 싶다고 한다. 노력한 만큼 기회가 온다고 믿는 하혜정 씨는 경상도가 고향이지만 수원에 애착이 많다. 한복으로 수원을 바꾸어 나가는 꿈을 이미 이룬 게 아닌가!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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