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버스를 타고 지나다 눈에 띈 ‘지동시장 가는 정겨운 골목길’이라는 문구가 너무도 아름다워 호기심에 따라가 본 벽화길이 있다. 시장이라고 하면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못골시장을 의미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성 화성의 동쪽에 있는 마을 지동은 행궁동과 함께 화성을 지켜온 마을이다.

수원화성의 남쪽에 있는 수문 남수문과 지동교 사이 수원천 건너에 있는 지동시장은 순대타운으로 유명하고 또 그 아래로 미나리광시장은 옛부터 이곳에 미나리광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각종 먹거리와 반찬가게가 많은 곳으로 특성화된 시장이다. 또 못골시장은 라디오방송과 높다란 지붕 설치로 쇼핑하기 편리하게 특성화 되었다. 이 못골시장에는 맛집으로 또는 TV방송에 출연한 명인의 가게로 유명한 집이 많이 있다. ‘박리다매’라고 했던가. 이익을 적게 보면서 많이 판매하여 보다 큰 이익을 남기는 말이다. 못골시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동의 벽화골목은 전국 최장벽화골목으로 유명하다. 2011년 ‘벽을 넘어 사람 속으로’, 2012년 ‘생태 골목에 심다’, 2013년 ‘동심, 골목에 펼치다’, 2014년 ‘시장가는 정겨운 골목길’ 2015년 ‘추억, 골목에 그리다’ 그리고 고은 시 골목, 골목쉼터 봉돈 포토존, 접이식 평상, 수직정원까지 총 5.8km의 벽화거리가 완성되었다. 그 중 지동 시장가는 정겨운 골목길은 바로 2014년에 완성한 벽화길이다. 생각보다 큰 벽화가 아니라 작게 골목의 특성에 따라서 구성된 벽화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서 주인공이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듯이 지동사람이 되어 지동시장의 시장가는 길을 따라가 본다. 화살표를 따라 걷다보면 골목에서 노는 해맑은 아이를 만난 것처럼 활짝 웃고 있는 그림도 만나고 시장바구니 가득 고기며 채소를 가득 담고 있는 풍성한 바구니도 보인다.

사람향기 진한 화성의 동쪽마을 지동.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정겨운 골목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재미있다. 골목길에 세워둔 오토바이며 수레, 골목길에 쌓인 하얀 눈, 지붕 끝에 생긴 작은 고드름과 지붕 위에 고양이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었을 집과 벽화로 채워진 벽면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골목마다 어쩜 그리도 정겹게 그림을 그렸는지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던 길은 추억 때문인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소리, 지나는 사람의 어깨가 마주 닿을 만큼 좁다란 골목길에는 항상 사람이 북적였다.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시장에 가는 사람, 혹시나 아이의 손을 놓치기라도 할 새라 한눈을 파는 아이를 챙기는 어머니의 손길, 그리고 시장가는 길에 있는 단골 군것질 가게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재잘거림도 참 흥겨웠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화성의 동쪽 마을 사람들의 향기가 살아있는 그림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보게 되는데, 어릴 적 엄마와 시장에 가던 그런 추억이 생각나게 하는 그림들이어서 좋다.

석양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지동 골목길을 비추고 낮게 고만고만한 지붕을 이마처럼 맞대고 수원화성을 바라보며 지동사람들은 살았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정겨운 골목길에 그대로 표현된 것 같고 또 소박하지만 소소하게 정을 나누며 지켜온 마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수원화성이 별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수원화성을 아름답게 바라보며 소박하게 있는 그대로, 그러나 굳건하게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지동사람들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김효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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