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예산, 교육, 자치경찰, 소방 등의 여러 측면에서 중앙정부가 많은 권한을 쥐고 있다. 제도적으로 지방분권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제한적 여건에서나마 자치단체 스스로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가 행정에의 주민참여이다. 현재 주민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마치 전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시민의 의식과 행정에의 참여 수준이 낮으면 지방자치는 중앙 권력자의 간섭과 지시에서 지방 권력자의 독재로 귀결될 수도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시장과 국회의원, 또는 그들 주변 인물에 의한 이권 독점 및 비정상적 인사, 일방 행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 지자체마다 주민을 행정과 지역 일의 중심에 세우고자 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2011년 9월부터 법으로 도입이 강제돼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의 형식만 도입하고선 마치 주민참여에 대한 대단한 업적인양 포장하여 홍보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주민참여를 시정의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의 기획, 집행, 평가 과정에 실질적으로 주민참여를 고민하는 지자체도 있다.

책이나 이론에만 강할 뿐 현실을 잘 모르는 외부 전문가나 책상머리 행정을 고집하는 일부 공무원, 선거에서 표가 될 사안만 바라보는 정치인보다 지역에서 직접 삶을 영위하는 주민이 지역 곳곳의 현안에 대한 파악이나 대안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시는 지방자치 및 주민 참여와 관련 전국의 주목을 받는 지자체 가운데 하나이다.

시민운동가 출신의 염태영 시장과 도시공간 전문가 이재준 제2부시장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과 시민 사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모색하는 거버넌스(협치)에 시정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선 5기의 ‘사람이 반가운 휴먼 시티, 수원’에 이어 염 시장이 재선한 민선 6기에서는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 ‘더 큰 수원’을 내세웠다. 관 주도의 정책 수립을 지양하며 시민참여, 소통, 거버넌스를 통한 수원형 자치모델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수원시는 공원 조성, 골목길 벽화사업, 마을 정원 가꾸기, 공군비행장 이전, 분쟁의 해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을 행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동안 시민창안대회, 좋은 시정위원회, 마을 만들기, 주민참여예산제, 도시계획시민계획단, 시민배심법정, 500인 원탁토론과 얼마전 새롭게 시도한 ‘열린정책 한마당’ 등을 운영하며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로 수원시는 이미 2013년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제7회 도시의 날’ 행사에서 도시공간 및 시민 삶의 질 개선과 도시경쟁력 향상 관련해 높은 점수를 받으며 ‘도시대상’ 부문 ‘대통령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특히 수원시는 市의 비전과 목표 및 세부 실천전략을 설정하는 ‘2030 도시계획’ 수립 과정에서 공무원 및 각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사회적 약자, 기업인, 일반 주민 등 130여 명의 시민을 참여시켰다. 이들은 수십 차례의 분과별 토의와 수차례의 전체 토론 등을 통해 시민주도형 도시계획안을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서울시 등 국내 40여개 도시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한 수원시는 시민계획단과 별도로 초·중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계획단도 운영해 참신한 시도로 호평 받았다. ‘2030 수원도시계획 시민계획단’과 ‘청소년계획단’은 국토교통부의 추천 우수도시계획사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소개됐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여전히 예산 책정이나 핵심 정보 제공 등의 부분에 있어 시민의 참여나 권한에 제한이 많고, 책임 소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일부 공무원의 소극성 등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민 중심, 소통 중시가 자칫 원칙 없이 시민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끌려가는 행정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에 수원시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기도 5개 지자체의 중요한 현안 사업으로 연합해 추진하는 화성 광역장 건설에 대해 호매실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나서자, 수원시는 눈치 행정 끝에 “입지선정 과정에서 수원시나 인접 주민과 충분한 협의나 절차 없이 결정됐고, 이 때문에 파생된 갈등조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민을 핑계로 뒤늦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가 ‘수원비행장 화성 이전 결사항전’으로 맞대응에 나서면서 수원시와 화성시 사이엔 현재 감정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산·수·화 통합을 앞장서서 추진했던 수원시로서는 일부 지역 주민의 눈치를 보다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는 상황이다. 수원시가 명분을 잃고 주민에 끌려 다니다 그동안 쌓은 수원시의 참여 행정의 명성에 흠집을 입은 어두운 그늘의 사례이다.

참여와 소통, 올바른 지방자치가 어떠해야 할지 수원시는 전국에서 가장 훌륭한 모범사례도 창출해 왔고, 또한 극복해야 할 한계도 노출시켰다. 자치와 분권을 중시하는 염태영 시장의 수원시가 그동안의 경험과 교훈을 살려 한 단계 진화된 시민 소통, 참여의 거버넌스 행정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수원시의 창의적인 성과 창출과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전국 지자체가 영향을 받고, 한국의 지방자치도 한 단계 발전해 갈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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