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은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하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다. 정치인은 말과 글이 생명이다.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한 줄 글로 표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과연 강원국 전 연설비서관이 회고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책에 실린 일화다.

“복도 불도 다 꺼지고 밤늦게 깜깜해진 시간. 저쪽에서 나를 부르시길래 정말 불길했어요. 내일 연설인데 속으로 저는 ‘야 이거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하며 회의실에서 기다리는데 대통령님 노랫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면서 저쪽에서 오시는 거예요. 심장을 조여 오는 느낌이었는데 오셨어요. 오시더니, ‘조금만 손보자. 생각난 게 있어서 그래’라고 하셨죠. 그런데 새벽 세 시쯤에 대통령님이 전화를 하셔가지고 “어디까지 썼노? 다 안됐지? 인제 거기까지 된 거를 나한테 넘겨라. 니들은 자라. 몇 시에 돌려주면 인쇄할 수 있노?”라고 하세요. 다섯 시 반까지 주셔야 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다섯 시 반에 메일이 왔어요. ‘노무현’ 이 메일 제목이에요. 메일을 여는데 조마조마해요. 혹시 마무리가 안 되어 있으면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시간인데... 딱 보니까 끝까지 다 쓰셨어요. 정말 오타도 하나 없이 진짜 완벽하게 쓰셨어요.”

이러한 일화와 함께 “스스로 연설문 쓰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고 덧붙인다. 지도자와 지도자가 아닌 사람의 구별은 연설문을 쓸 줄 있는가 없는가로 가늠된다. 왜냐하면 스스로 쓴다는 것은 문제가 절실하다는 뜻이고 자신이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철학과 시대정신을 담은 연설문 안에는 국민에게 합의와 이해를 구하고, 때로는 잘못을 사과하기 위한 말과 글이있다. 강원국 저자가 회고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전, 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연설문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정치인은 자신의 말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해야 한다. 독재정권은 힘으로 통치하지만 민주주의는 말로써 정치하는 것이다. 좋은 글을 생산해내기 위한 정치인의 치열한 노력은 결국 행동으로 드러난다. 자신의 생각이 담기지 않은 남이 대신 써 준 글을 읽기만 하는 정치인에게 힘이 실릴 수 있을까? 자기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정치는 말로 시작하고 말로 끝난다. 말만 하고 끝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생각이 담긴 말, 철학이 담기고, 실천과 방향을 제시하는 말을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다. 말이 곧 글이 된다. 정치인의 언어라 함은 말이 곧 글이 되어야 한다. 취임한지 1년 채 되지 않은 문재인의 말과 글에 사람들이 공감한다. ‘대통령 연설문 듣고 싶어 기념행사가 다 기다려질 정도’라고도 한다.

사실 대통령뿐 아니라 지역구 기초의원들도 말과 글의 실력을 향상해야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의정보고를 해야 하는 일이 필요하다. 글쓰기가 주된 업무가 될 때도 있다. 평소에 말과 글에 대한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의원직에 당선되거나 비례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선거철을 앞두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자기소개서와 매니페스토 등을 대필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굵직한 자리인 도지사, 시장직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자신이 정치인으로서 공약을 한 줄 언어로 제대로 표현하기도 힘든 걸까. 진정한 리더는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내리고 싶다. 언어와 표현과 생각이 자신의 것으로 흘러나오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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