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여당의 오만과 세월호 참사 사이에서 상당수 지역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오산시청 전경. ⓒ오산시

국회의원·시장·시도의원을 모두 장악한 지역 여당 새정치민주연합 독재의 오만과 폐해에 대한 심판이냐 세월호 참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부패와 무능, 재벌개혁·경제민주화 후퇴 등 반서민 정권에 대한 심판이냐이다.

그러나 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구 민주당이 중심이 된 오산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동안 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허구헌 날 같은 당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싸움질하고, 시의원 간에도 끊임없이 분란을 낳았다.

최근엔 서민정당을 강조하고 대형마트 규제를 주장하는 당의 입장과 달리 시장이 시의회에조차 알리지 않은채 독단적으로 롯데 재벌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며 지역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또한 국정원의 댓글로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는 당이 이보다 더 심한 공무원, 시 산하단체 간부들이 총체적으로 연루된 대규모 관권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비상시국 당시 평일에 휴가를 낸 채 공무원을 대동하고 관용차를 끌고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징계를 받아 전국에 오산을 망신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친구를 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에 앉히려고 부당 해고를 자행해 수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시장이 공공조직을 마치 자신의 사기업인 듯 여긴다.

지역 집권 여당은 계속해서 겉과 속이 다른 정치행태를 보인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오직 표와 권력 유지만을 위해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과 어긋난 정치와 행정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민주와 서민경제를 내세우는 정당이 지역에선 타락하고 오만한 독재 소리나 듣고 유통재벌과 손잡으며 골목경제를 파괴하려 한다.

최웅수 의장은 공천 탈락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그동안 오산에서 한 사람의 국회의원에 의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다.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시의원들 거의 모두가 지역 국회의원의 막말과 자기 사람 챙기기에 신물이나 탈당을 하거나 아예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사태까지 있었다”라고 실태를 폭로했다.

또한 ‘새정치민주연합’을 ‘헌정치구태연합’으로 규정하며 “적어도 오산에서는 오산시 정가를 더럽히는 구정물을 치우느냐 못 치우냐의 한판 싸움이 될 것이다. 구정물에 붙어서 이권이나 챙기는 사리사욕 집단이 사라져야 오산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인혜 무소속 시장 예비후보 역시 구 민주당이 중심이 된 오산새정치민주연합의 기득권 세력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최 시장 예비후보는 “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선거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를 꿰차고 있다”거나 구 민주당 주류세력에 대해 “직위 나눠먹기에 혈안이 된 악의 중심축들”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지금까지 오산은 전횡이 난무한 민선 지방정부였다. 계파 정치, 끼리끼리 정치가 만들어 낸 불쌍한 우리의 자화상이었다”라며 시의원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장의 시 행정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다.

구 민주당에서 같이 정당을 한 사람들의 견해가 이 정도이니 상대 당이나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지역 여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시민들은 오산의 정치가 대의와 정도가 없고 지역 사회에 전혀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시민들 사이엔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이 모두 가, 나 선거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가 번을 받았다. 국회의원에 충성해야만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안민석 의원의 4선을 위한 사전 포석이다. 이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무섭다. 안 의원 직계로 채워지는 다음 시의회도 기대할 게 없다”라는 정서가 상당하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지역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새누리당은 위기에 몰려있다. 6·4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이 싹쓸이해서 입법, 행정에 이어 지방정부까지 장악할 것이라는 선거 전 예상과 달리 세월호 참사로 정부의 무능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선거 결과는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변했다.

얼마 전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려 자살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추진한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빈부격차·사회적 양극화 심화로 대중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눈앞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이 물속으로 빠져드는데 정부가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 제한 규정을 3배 넘기는 화물의 과적, 해운사를 관리ㆍ감독하는 한국해운조합과 해양수산부 등의 정경유착 비리 의혹, 해경 등 관계당국의 무책임한 대처 등이 세월호 참사를 낳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오산 새누리당은 지역 집권 여당이 온갖 비리와 물의를 일으켜도 제대로 견제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유령 정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기력,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시민은 “오산 새정치민주연합에 신물이 나면서도 새누리당에 선뜻 지지를 보내기 어렵다. 구 민주당의 오만과 폐해를 새누리당이 제대로 막지 못했다. 이들이 집권해서 더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왜 이렇게 오산 정치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 지금 선거에 나온 사람들 면면을 보면 누가 되든 똑같다. 투표하고 싶지 않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역 정당들의 정치행태에 실망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정치의 기본인 정당정치를 거부하고 무소속 후보에 대한 기대를 걸기도 한다. 기성 정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것 없고 소신을 갖고 무소속으로 자신의 정치를 펼쳐 달라는 것.

다른 한편에선 절망만 안겨주는 오산 정치의 질 낮은 수준에 대해 시민들의 책임이 크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산은 권력이 못된 짓 하는 걸 시민들이 알면서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이상한 곳이다. 토박이냐 타지에서 온 사람이냐 묻는 지역 심리가 문제다”라거나 “줄이 없으면 살기 참 힘든 곳이 오산이다. 시민들이 정치나 지역에 관심이 없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 다른 시민들은 “토박이들은 역할을 못하고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조용히 살다가 기회만 닿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 한다”라거나 “정치인들을 믿는것보다는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하는데 깨어있는 시민은 볼 수 없고 모두 자신의 이해타산에만 신경쓴다”라고 반응했다.

지역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오산 정치가 문제가 많고 변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통해서도 현실 정치 개혁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보지 못한다는데 비극이 있다.

“시민의 권리로 투표를 하긴 해야겠지만 분통터지고 신경질나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표를 던지고 싶은 소망은 정말 이루기 힘든걸까?”(지역의 작가)

6·4지방선거 투표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에도 지역 여당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면서 표류 중이다.

조백현 기자  jbh@o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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