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원 김모씨(인터넷 필명 드루킹)를 비롯 3명이 댓글조작으로 구속된 사건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의 연루 의혹에다 백원우 비서관 등 청와대 민정라인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야권은 ‘드루킹 게이트’라 규정지었다. 지난 해 5월 대선 국면까지 댓글공작이 자행됐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검을 요구 중이다.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을 중심으로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벌여 민주주의를 파괴한 것에 대해 그동안 민주당이 강력 비판해 온 것을 고려할 때 국민이 받을 배신감은 상상 이상이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제도권 정당이 권력을 잡기 위해 벌이는 이런 추잡한 행태는 국회와 정당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불러온다. 권력을 잡으면 인사와 이권을 독점할 수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무실을 차려놓고 여론조작 기계와 수많은 조직원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서의 자신의 기여에 대한 대가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하는 드루킹 일당과 같은 불순한 세력의 일탈은 순수한 시민의 정치참여 활동과 사회개혁 운동까지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특히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사건은 SBS가 매크로 프로그램에 의한 댓글 조작 의혹을 보도한 후 민주당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정황상 민주당이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이 사건에 개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선거 캠프의 핵심 멤버였던 김경수 의원은 김씨와 문자를 주고받고, 그의 사무실도 두 차례 방문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의심된다. 김씨가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밀었던 인사를 청와대에 연결까지 시켜줬으니 김 의원은 의혹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런데 정권의 도덕성과 민주주의와 관련한 이 중대사안에 대해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제야 계좌를 추적한다며 뒷북치고 있고, 김경수 의원 관련 자료는 검찰에 넘기지도 않았다. 한술 더 떠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김 의원은 (텔레그램) 문자를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고 덮어 감싸는 발언만 하고 있으니 이런 경찰에게 수사권 독립의 권한을 주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검찰 역시 지난 대선 직전 중앙선관위의 관련 수사 의뢰를 불기소 처리했다고 하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는 경찰과 오십보백보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대표 등 민주당이 이 사건을 드루킹에 의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하거나 청와대가 ‘기계를 이용한 여론조작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 국면에서 이 사건의 의혹을 최대한 키워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야당이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한다고 해도 집권세력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맞서 국민이 촛불항쟁으로 정권을 교체한 역사적 위업이 여론조작에 의한 불법대선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국면이 됐으니 참으로 기가 막히다.

경찰과 검찰은 오직 법에 입각해 철저히 수사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 의혹의 핵심에 있으면서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고 버티기에 나선 김경수 의원을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또한 여론조작에 사용된 압수 휴대폰 170여대와 파주 출판단지의 사무실 등 연간 운영자금만 연 11억원에 달한다는 드루킹 일당이 쓴 막대한 돈의 출처, 이들과 정치권 특히 여권 선거캠프와의 관계, 대선 과정에서의 이들의 역할 등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촛불을 배신하고 여론조작 세력과 손잡아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면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라. 문제가 없다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적폐청산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자신들의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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