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지명은 당시의 시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향토학’에서 의미 있는 지표로 활용이 된다. 가령 지명에 탑이 있는 경우 대부분 탑이 있어서 붙여진 명칭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안동과 의성에 위치한 석탑리와 조탑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지역에 향교가 있을 경우 향교를 상징하는 교(校)가 들어간 지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탑이라는 지명이 들어갔다고 해서 모두 탑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수 지명과 탑이 일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범주에서 수원의 탑동 역시 과거 탑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도 탑의 좌대가 남아 있어 지명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700년이 된 향나무 아래 자리한 탑의 좌대. 지명과 관련해 탑동의 유래가 되었다.

■ 향나무가 있었던 왕대미 고갯마루. 정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 중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은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일종의 민속신앙으로, 보통의 경우 마을의 어귀나 입구에 있는 나무를 중심으로, 금줄을 엮고 당제를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성황당은 지방의 수령의 주관 아래 문묘와 사직단, 여단과 함께 제사를 지내야 했다. 이는 유교적인 가치를 지키고, 민속신앙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조선의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지방의 제사시설로서 성황단이 마을마다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골말 성황당. 본래 향나무가 있었으나, 도벌 이후 비석이 세워졌다.

수원시 탑동에 자리한 골말 성황당은 깊은 골짜기라는 의미에 골말과 성황당이 합쳐진 말이다. 지명을 통해 당시 이곳의 지형이 골짜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본래 이곳은 ‘왕대미’로 불리던 고갯마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마을 주민인 김석규 씨의 증언에 따르면 “마을에선 보지 못하던 나무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들어서 있었으며, 여름이면 그 숲 안에 들어가 놀았다”고 한다. 또한 성황당 앞 쪽에 향나무가 있었는데, 전해지기로는 태조가 등극하던 해에 심어진 나무라고 했다.

도벌된 이후 새롭게 심어진 향나무와 골말 성황당 비석

김석규 씨의 증언에 따르면 ‘왕대미’는 이 성황당 오른쪽에 붙어 있던 길 일대를 가리키는데 정조가 현륭원을 전배할 때 다니던 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왕대미’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현륭원을 전배하기 위해 이곳을 지날 때 말굽이 붙어 오가지 못했는데, 이에 정조가 말에서 내려 성황당에 제사를 지내자 말굽이 풀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물론 이와는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 대상이 선비로 변형된 것 이외에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동일하다. 물론 어떤 것이 맞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전승이라는 것이 백성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일부 윤색이 되고, 변형이 되었음을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당시 백성들의 성황당에 대한 생각을 읽어볼 수가 있다는 점이다.

■ 도벌로 사라진 향나무. 지금은 비석이 세워져 당시의 흔적을 이야기하다.

골말 성황당의 원래 모습은 수령이 600년이 넘은 향나무가 신목의 역할을 했는데, 마을의 구심점이자 훼손이 되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러다가 1982년 어처구니없게도 신목의 역할을 하던 향나무가 도벌이 되면서 지금은 골말 성황당의 본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지금은 골말 성황당을 찾아가면 중앙에 성황당과 관련한 유래를 적은 비석을 세우고 주변에 향나무를 심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도 마을의 주관으로 성황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골말 성황당은 수원시 탑동 295번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이 아파트와 주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마을 차원에서 이렇게 성황당에 제사를 지내는 경우는 흔한 장면이 아니기에 마을의 전통과 문화의 측면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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