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위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7일 전국위원회에서 김병준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하자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2년 후 총선에서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결과이다. 오죽했으면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하고 싫어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물에게 보수를 구할 막중한 사명을 맡겼는지, 명예도 자존심도 다 버린 듯 해 한편으론 딱하기까지 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잘못된 계파, 진영 논리와 싸우다가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고 친박 비박간 고질적인 계파갈등 타파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은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바로 세울 것이며, 이에 동참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이 과연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가장 큰 고질병은 반공냉전과 친재벌로 상징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이념과 당내 이권만 노리는 적폐인물들에 있다. 국민들, 특히 젊은층은 한반도 평화와 경제번영, 통일의 흐름에 역행하는 가치와 최저임금과 소득주도 성장에 맹목적으로 반대만 하는 반서민적 정치꾼들에게 난색을 표한다. 강경 노인들로 구성된 태극기 부대에만 휘둘려 대안 없이 극단적인 주장만 펼치는 자유한국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70년대식 박정희 개발독재의 틀에 갇혀 남북교류와 민족번영, 놀라운 기술 발전을 예고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구시대 인물들을 청산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에게는 무엇보다 필요한 과제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원장 스스로가 과거 금산분리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재벌체제와 부의 집중화를 옹호했으며,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의 반대편에 섰다는 것이 박선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에 의해 드러났다. 또한 강원랜드 측의 초대를 받아 118만원 상당의 골프접대를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과거지향의 인적청산에 반대한다”면서 “새이념 동의 여부로 같이 갈 수 있나 여부에 대해 판단할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혁신의 핵심인 인적청산이 과연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어떠한 개혁을 할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스스로 개혁의 대상이 돼버린 듯한 상황에서, 과연 당내외의 보수 기득권 인물들이 혹시라도 자신에게 피해가 온다고 판단했을 때 김 비대위원장에게 협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 총선까지는 2년의 기간이 남아있어 공천권을 행사하기도 어렵고, 당내 기반이 없고 정치력도 검증되지 않아 김 비대위원장이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난관들을 무난하게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이후 자유한국당의 개혁의 성공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 정치적 야심가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총선 출마는 안하고 싶다”면서도 “비대위를 성공적으로 하게 되면 정치 전반에 걸쳐 영향력 행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언급은 김 비대위원장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고, 향후 논란을 낳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정서와 괴리된 ‘수구 보수’를 ‘합리적인 보수’로 제대로 개혁해서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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