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을 갈 때 지명이나 도로명 주소 등을 통해 한 인물의 호나 이름이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아산의 ‘충무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와 묘 등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도 광주시 초월면 서하리에는 ‘해공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눈에 띄는데, 해공은 신익희(1894~1956) 선생의 호로, 이곳에는 선생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본래 서하리는 토마토가 유명해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토마토를 파는 가판대를 비롯해 관련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더욱이 경기도 광주시의 대표적인 축제 가운데 하나가 토마토 축제라고 하니, 더욱 토마토와 신익희 선생의 생가와 묘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서하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신익희 선생의 동상과 토마토로 유명한 마을의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신익희 선생의 동상

■ 3.1운동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신익희 선생의 생가

서하리 마을 입구에는 신익희 선생의 동상과 함께 세우게 된 내역을 볼 수 있으며, 생가로 들어가는 길 담벼락에는 사진으로 보는 신익희 선생의 삶과 어록이 전시되어 있다. 이 담벼락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하면 우측 편에 신익희 선생의 생가가 있는데, 여기에 세워진 안내문을 통해 본래 위치가 아닌 홍수로 옮겨진 것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경기도 기념물 제134호인 신익희 선생의 생가의 외형은 안채와 바깥채가 자리하고 있는 한옥 건물로, 생가의 뒤쪽에는 선생의 어록이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

신익희 선생의 생가로 가는 길. 담벼락에는 사진과 어록이 전시되고 있어 선생의 삶을 볼 수 있다.

신익희 선생의 생가. 외형상 한옥 건물로 안채와 바깥채로 구성되어 있다.

신익희 선생은 3.1운동 당시 만세시위에 가담하기도 했으며, 이후 3.1운동에 의해 파생된 상해임시정부에도 참여해 여러 요직에 몸담으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광복 이후에는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 후보로까지 선출이 되지만, 유세 도중 병사하면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처럼 3.1운동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생의 공적을 기려 대한민국 건국훈장이 추서되기도 했으며, 생가는 선생의 삶과 정신을 되돌아보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 신익희 선생의 어록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생가보다는 오히려 뒤쪽에 자리한 선생의 어록이 새겨진 비석에서 더 오랜 시간을 있었다. 이는 왠지 모르게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이 선생이 남긴 어록과 묘하게 닮아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인데, 선생의 어록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생가 뒤쪽. 신익희 선생의 어록이 새겨진 비석들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해내서 죽엄에서 되살어날 살길을 뚫자.”
- 대통령 출마의 변, 신익희(1894~1956)

“민주주의의 이치를 쫓자는 까닭은, 만락경지에 다 같이 나가고자 함이니
국민 전체의 뜻 따라 나라를 다스려, 태평성대를 다 같이 누리도록 하리라.”
- 건국 뒤 정치 주장, 신익희(1894~1956)

비석에 새겨진 어록을 보다가 2년 전에 촉발된 민주주의의 위기 시대가 떠올랐는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쳐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그것이다. 또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은 힘들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그 옛날 독재정권으로 되돌아갈 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우습게 볼 사안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기지만 민주주의가 이 땅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피와 눈물, 땀 위에 세워진 우리 국민의 권리라는 사실에서 신익희 선생의 어록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관점에서도 울림이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이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에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신익희 선생의 생가와 어록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하겠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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