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는 매번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회화가 아닌 판화 전시가 돋보이는 ‘찍.다’ 展 이다. 평면적인 판화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구조물로 표현된 판화의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다. 두 명의 판화 작가 윤세희, 김동기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찍는 순간 예술이 되고, 판의 제작 과정에 따라 창출되는 변화 등이 판화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김미나 에듀케이터는 이번 전시에 대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풍경을 판화로 찍어내는 공통점을 지닌 전시입니다. 두 명의 작가를 각각 섭외하였는데 나이도 같고, 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면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수원시민들에게 판화의 새로움을 보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실크스크린, 동판 등의 판화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무·금속·돌 등의 면에 형상을 그려 판을 만든 다음, 잉크나 물감 등을 칠하여 종이나 천 등에 인쇄하는 회화의 장르를 판화라고 한다. 원본작품을 볼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복제를 통해서 예술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동서양 모두 불경이나 성경 등 종교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인쇄술이 판화의 기원이다. 목판화, 석판화, 드라이포인트, 실크스크린, 동판화 등 다양한 판화의 기법이 있다.

3전시실에서 이루어진 ‘찍.다’ 展은 전시와 체험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공간구성을 했다. 여름방학 내내 체험실에서 아이들의 체험이 이루어졌다. 김동기 작가는 ‘바위섬’ 이라는 판화 작품을 선보였다. 어린시절 보았던 재개발로 사라진 빨간 벽돌집을 드로잉하여 복수 제작 가능한 실크 스크린으로 벽돌 찍듯이 찍어냈다.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니, “북아현동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동네가 산에 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발이 되면서 한 순간에 사라지고 포크레인보다 큰 무언가로 떠낸 느낌이었습니다”라는 대답이 있다. 한 장 한 장의 판화가 모여 또다시 거대한 바위섬을 만들어 작품을 구성하였다. 반복적으로 쌓여가는 구조물에 우리 인생의 변화 및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었다. 잠시 제주도에서 작업을 했다던 작가의 경험을 초록색 나무로도 표현했다.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또한 윤세희 작가는 판화를 통해 자신만의 도시 풍경을 완성했다. 동판이라는 차가운 매체를 통해 딱딱하고 차갑게 표현하려는 의도를 보여주었다. 드라이포인트는 동판화의 기법 일종이다. 판면에 예리하고 단단한 철심으로 긁어 그림을 그리고, 잉크로 선이 스며나온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한다. 굉장히 수고와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노동집약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판화 작가가 많지 않고 거기다가 여성도 드물다. 윤세희 작가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확장된 공간으로 보여주었다.

판화 프로젝트 ‘찍.다’는 관람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찍는 순간 예술이 되는 행위에 동참할 수 있는 전시다. 체험관에서는 두 명의 작가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도구 및 실크스크린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29일 수요일은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이기 때문에 전시 관람료도 무료이다. 윤세희, 김동기 작가와 작품을 감상한 후 실크 스크린을 체험하는 체험전도 열린다. 작가가 직접 참여하여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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