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울란바타르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존멋’이라는 작은 동네를 찾았다. 우연히 읽은 네이버카페 러브몽골에 올라온 한 편의 글 때문이었다.

“울란바타르 시내에서 가까운 우리 집인데 약간의 비용만 받고 숙박하고 말 타실 수 있습니다. 현지 식사 제공해 드립니다. 저녁에 허르헉도 드실 수 있어요. 편히 쉬다 가실 분 오세요.”

사진으로 본 ‘다와네 집’은 몽골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대초원 그 자체였다. 식구들이 여름동안 머무는 게르 세 동. 말 10여 마리와 몽골 개 두 마리. 부모님이 계시고, 자식들과 손주들까지 대가족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말도 안 통하는데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지명도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일.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긴다.

일반 버스보다 조금 작게 생긴 한국의 마을버스 정도 크기의 차를 타고 버스비 2000투그릭을 냈다. 울란바타르 시내를 10분만 벗어나자 아무런 건물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같은 초원이 펼쳐진다. 어떻게 이런 기이한 풍경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빽빽한 빌딩과 고층건물은 서울이나 대도시와 다름없다. 그렇지만 잠시 10분, 15분만 도시를 빠져나가면 완전한 초록 세상이다. 고속도로도 1차선이다. 시내에서만 차가 막히지 울란바타르 밖으로 나가면 차가 막히는 경우는 전혀 없다.

가끔 여행지에서 ‘이 버스는 나를 어디로 데려다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제대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을까? 버스 기사에게도 물어보고, 함께 동승한 승객들에게도 “존멋?”이라고 묻는다. 두 세 번씩 묻고 나서야 제대로 존멋을 가는 버스임을 알게 된다.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면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길을 따라가면 어디론가 통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길 위에서 오늘도 배운다. 모르는 길은 묻고 물어야 하는 법이다.

몽골의 도로는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닌 듯하다. 멈추는 법을 익혀야 한다. 수백 마리의 양떼가 도로를 넘어 갈 수도 있다. 갑자기 소가 도로 한 가운데 떡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을 때도 있고 말이 천천히 걸어가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가축들을 향해 클랙션을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소와 말과 양이 지나가길 기다릴 뿐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멈추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살면서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때는 멈출 때를 아는 일이다. 폭풍 같은 일들이 지나갈 때까지 잠시 멈추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속도를 알고 빠르기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과속하면 할수록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충격이 크다. 이렇게 몽골의 도로는 우리에게 멈춤과 기다림을 알려주었다.

존멋이라는 마을의 버스정류장에 닿으니 휑한 풍경이 당혹스럽다. 다와의 여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10분 정도 가야 집이란다. 안개 낀 초원을 달리고 있자니 신비롭기만 하다. 한 여름 쌀쌀한 날씨의 몽골의 시골길을 거닐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존멋이라는 동네에 있는 다와라는 분의 여름 집. 어떤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찾아간 얼굴도 생판 모르는 몽골 사람의 보통 집은 어떤 모습일까. 초원이 화장실이 되며, 전자 기구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하루 이틀정도 문명, 특히 전기가 없는 곳에서의 생활을 현대인들은 상상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사용해야 하는 전기는 내 몸의 일부 같다. 그런데, 몽골의 울란바타르에서 잠시 벗어난 자연 속에서는 전기 없이 사는 일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오래 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듯 문명의 편리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다.

몽골 여행의 불편함에 금방 젖어들었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 수 없을 거야’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큼의 불편이 여행 속에 있다. 무언가 꼭 바삐 해야만 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달리는 것보다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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