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등록문화재’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사적’이나 ‘국보’ 등의 문화재와 지방에서 관리하는 지방문화재와 달리 등록문화재는 상대적으로 만들어진 시기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대개 구한말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기간에 만들어진 건축물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등록문화재는 해당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빠른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옛 건물들은 보존의 대상이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하나둘씩 사라지고, 지금은 도시마다 빌딩 숲으로 변모된 모습을 볼 수 있다.

구 소화초등학교. 수원의 얼마 안 되는 등록문화재로 역사적 배경과 의미는 남다르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 대구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옛 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옛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수원 지역에는 총 6곳의 등록문화재가 지정되어 있는데, ‘경기도청사구관(등록문화재 제688호)’을 비롯해 ‘경기도지사구관사(등록문화재 제689호)’, ‘구 수원시청사(등록문화재 제598호)’, ‘구 수원문화원(등록문화재 제597호)’, ‘구 소화초등학교(등록문화재 제697호)’, ‘부국원(등록문화재 제698호)’ 등 총 6곳의 등록문화재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오늘은 북수동 성당과 부속학교로 설치된 구 소화초등학교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 북수동성당에 남아 있는 구 소화초등학교, 선교의 관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현장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이태석 신부의 저서 <친구가 되어주실래요>를 읽다 보면, 예수님이라면 성당이 아닌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의 의미는 곧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데, 구한말 본격적인 개항과 함께 해외의 종교들 역시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초창기 천주교를 비롯해 성공회, 개신교 등이 선교하는 방식을 보면 선교라는 목적 이외에 교육이나 보육시설, 의료시설을 함께 설치했는데, 지금도 복지시설이나 사학재단, 병원 등 종교 관련 법인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북수당 성당이 위치한 수원 팔부자 거리. 본래 8명의 부자가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은 문구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에 있는 왕림성당.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성당으로, 북수당 성당은 이곳에서 분가했다.

현재 북수당 성당이 위치한 곳은 수원 화성 내 팔부자 거리로, ‘수원성지’로도 불린다. 본래 이곳에 여덟 부자의 집이 있었는데, 이 중 일부를 매입해 만들어진 것이 북수동 성당이다. 본래 북수동 성당은 지금의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왕림성당’에서 분가해서 만들어졌으며, 최초 한옥 형태의 공소로 출발한 것이 그 시초다. 그러다 1932년 고딕 양식의 건물로 재탄생하게 되는데, 지금은 옛 성당 건물은 사라지고 없지만 초석은 ‘수원 순교자 현양비’ 아래 묻혀 있다. 지금도 옛 성당의 복원을 위한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옆면에서 바라본 구 소화초등학교의 모습. 2층 건물로 층마다 3개의 교실이 있었다. 지금은 ‘뽈리회랑’으로 불리며,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북수당 성당의 옛 모습. 고딕 양식의 건물로 그 초석은 현재 ‘수원 순교자 현양비’ 아래 묻혀 있다.

당시 주임신부였던 심응영(뽈리 데시데라도) 신부는 매물로 나온 팔부자 집을 추가로 매입해 1934년 소화강습회를 열게 된다. 이 소화강습회가 바로 구 소화초등학교의 전신으로 이후 1954년 미국 가톨릭복지협의회에 의해 구 소화초등학교 건물이 세워졌는데, 당시 수원의 명문 사립학교로 그 위상은 남달랐다고 한다. 현재 구 소화초등학교의 외형은 2층 건물로, 건물의 입구에서 일자 형태의 복도와 각 층마다 3개의 교실이 자리하고 있다.

구 소화초등학교의 내부. 일자 형태의 복도와 3개의 교실 형태를 볼 수 있다.

측면에서 바라본 구 소화초등학교의 모습

지금은 ‘뽈리회랑’으로 변모해, 전시관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북수동 성당을 찾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북수당 성당 내에 설치된 ‘구 소화초등학교’는 구한말 선교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고, 당시의 시대적 환경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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