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분유, 살충제 계란, E형 간염 소시지…. 잊을 만하면 터지는 먹거리 관련한 사고 앞에 엄마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집 식탁에 올라온 식품들은 과연 안전할까? 이럴 때일수록, 먹거리에 대한 공부가 필수다.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 때문. 상지대 식품영양학과 외래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김수현(37‧사진) 씨는 이럴 때일수록 “엄마들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요즘 저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어요. 식품을 살 때 성분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는 것이죠. 상담원에게 이것저것 물으면서 오랫동안 공부를 했던 저 역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더라고요. 어렵지 않아요. 아이에게 주는 유기농 보리차, 과자를 주면서 식품성분표를 눈여겨보세요.”

구운식품 기업부설연구소장 겸 상지대 식품영양학과 외래교수를 맡고 있는 김수현 씨는 15년 넘게 식품영양과 관련해 연구해왔다. 전문서적을 보고, 국내 및 국외 논문 투고를 하고, 강의를 하고, 연구를 해왔던 그녀지만 딸을 키우면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피부로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를 키우면서 전공과는 별개로 식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

수현 씨는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중국 멜라민 분유 파동’을 언급했다.

“중국 최대 유제품 생산회사에서 제조된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건이죠. 6만여 명의 영유아가 고통을 호소했고 심지어 사망까지 했어요. 유기화학물질인 멜라민은 열에 강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는데 왜 식품인 분유에서 발견된 걸까요? 바로 제조업자가 나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에요. 분유의 원료인 우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다량의 물을 첨가하였고 그로 인해 기준 및 규격에 불합격될 것을 우려하여 멜라민을 혼합한 거죠. 정부에서 기준을 설정했어도 제조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기준치에 맞는 제품을 위법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죠.”

이러한 이유로 수현 씨는 마트에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 어떤 원료로 제품을 만들었는지 꼼꼼히 살피기 위해 제품의 앞면보다는 뒷면(식품의 유형, 원재료명 등)을 더 자세히 보는 습관이 있다고 했다.

“제품을 선택(구매)할 때 ‘왜’라는 의문을 갖고 제품을 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 첫 간식은 보통 쌀 과자인 일명 ‘떡뻥’으로 시작하죠? 그런데 쌀과자가 너무 다양해서 어느 회사 어떤 제품으로 시작할지 고민이 됩니다. 유명한 회사 제품으로 해야 할지 유기농 제품으로 해야 할지 아니면 조리원 동기가 추천해 주는 제품을 사야 할지 말이죠. 이럴 경우에 ‘왜’라는 의문을 가지면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혼합 탈지분유는 왜 넣었을까? 또는 요구르트 분말은 왜 넣었을까? 유기농 쌀로 만든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일지라도 혼합 탈지분유 가루가 왜 첨가되어 있는지 의문을 갖고 고객센터에 문의해본다면 그 사람은 이미 현명한 소비자입니다.”

아울러 수현 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우유가 진짜 ‘우유’인 척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원재료명에 국산원유(환원유)라고 적혀져 있는 우유는 사실상 가짜우유라는 것. 환원유는 우유를 말린 탈지분유를 다시 물에 녹이고 유지방 등을 첨가해 우유처럼 만든 ‘가공유’다.

4살 난 딸을 키우는 수현 씨 역시 아이 밥상 차리기, 편식하는 아이 등 식생활 부분에 있어서 드는 고민이 있는 건 사실이다. 여느 엄마와 똑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더 나은 방법으로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이를테면 아이가 야채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밥상 위에 오이, 브로콜리, 파프리카, 고추, 호박, 버섯 등을 자주 올린다. 가공식품, 냉동식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탄산음료를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자주 식사 시간을 가지며 식사 예절을 가르치고 있다.

“초콜릿, 젤리, 캔디는 열량 이외에 다른 영양소가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은 대표적인 빈 열량 식품(empty calorie food)이에요. 빈 열량 식품을 다량 섭취하면 비만과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죠. 아이에게 이런 식품들을 먹이고 싶지 않았으나, 아이가 다양한 매체에 노출이 되어 있다 보니 엄마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였기에 5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가 풍부한 음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초콜릿, 젤리, 캔디를 대체할 만한 식품을 만들어 줄 수 없기에 여느 엄마와 똑같은 고민을 한답니다.”

엄마가 되고나서 엄마의 시선으로 식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수현 씨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영양에 대해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은 것. “백종원 대표가 레시피를 쉽게 알려주는 것처럼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식품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했으나, 이후 첨가물의 폐해를 알리는 전도사로 변신한 일본의 ‘아베 쓰카사’ 씨는 제 롤모델이죠.”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