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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화재, 스리랑카 인이 날린 풍등 탓?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10.10 18:14

저유소는 대한송유관공사의 핵심시설이다. 대한송유관공사는 1990년 설립되었고 2001년 민영화됐다. 석유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수송하기 위해 송유관을 설치해 운영하는 일이 주된 역할이다. 저유소는 경기도 고양시, 경기도 판교, 대전광역시, 충남 천안 총 4곳에 위치해 있다. 송유관에 석유를 수송하는 시설인 펌핑장은 12곳이다. 전남 여수와 울산에 있는 정유공장에서 만들어진 석유는 약 1200km에 달하는 송유관을 통해서 옮겨지는데 이 펌핑장은 송유관의 주요 거점에 위치해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이 활발하지만 여전히 석유는 모든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의 에너지원이다.

이번 고양시의 저유소 화재는 스리랑카 출신 A씨가 날린 풍등으로 인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여러 공사현장을 거쳐 온 A씨는 사고 당일에는 저유소 바로 뒤편의 경기도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 투입돼 일하고 있었다. 2015년 5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했다.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 아닐뿐더러, 성실한 현장직 노동자였다. 화재의 원인인 풍등 날린 스리랑카인 A씨는 중실화 혐의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화재 역시 안전 불감증의 문제다. 폐쇄회로(CC)TV가 45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모니터링 전담 인력이 없었다는 점과 탱크 외부에 화재를 감지할 장치나 불씨가 탱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데서 ‘총체적 부실’ 논란까지 일었다. 이런 중요한 시설일수록 화재가 아예 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저유소에 직접 불을 붙여도 붙지 않을 만큼의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당연히 대한송유관공사가 해야 할 예방책이다. 그럼에도 스리랑카 노동자의 풍등으로만 탓을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풍등은 1000원이면 쉽게 살 수 있는데다 중국이나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소원, 복을 빌 때 사용하는 소형 열기구다. 파리핀에 불을 붙여 날리는데 보통 20분 정도 타다가 파라핀이 다 타면 지상으로 떨어진다. 불씨가 사라지지 않고 땅에 떨어지면 화재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지난 해 소방기본법에 의해 풍등 날리기를 ‘화재 예방상 위험행위’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위험행위로 규정했을 뿐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그렇다면 현장직 노동자로 일하던 27살 스리랑카인이 고향을 생각하면서 풍등 날린 데에 전적으로 책임을 문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18분 동안 저유소 주변의 풀이 타고 있음에도 대한송유관공사 측 직원들은 인지하지도 못했다. 이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지 않을까. 만약 스리랑카 국적이 아닌 미국, 중국 같은 강대국 국적의 사람이었다면 경찰이 모든 책임을 씌우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저유소 화재는 풍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관리소홀과 미비한 법률제도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재난을 한 사람, 그것도 스리랑카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책임의식이 없는 태도다. 참사 원인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송유관 공사는 민간기관이긴 하지만 최근 5년간 5대의 탱크 사고가 있었고 안전 요건 강화가 필요한 곳이다. 언제나 미온적으로 사건이 터지면 해결책을 강구하는 안전불감증의 나라에서는 항상 사고 위험이 도사린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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