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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북큐레이터가 있었다니!조선시대의 ‘서쾌’는 오늘날 북큐레이터
김소라 기자 | 승인 2018.11.06 11:26

“눈에서 번쩍번쩍 빛이 났다. 모든 책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서 마치 군자와 같았다”
- 정약용, <여유당전서> 중

과연 정약용이 극찬한 이 사람은 누굴일까? 눈에서 번쩍번쩍 빛이 나고, 책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사람. 책만큼은 스스로 조선 최고라고 자부하던 패기 넘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서적 중매상이었던 ‘서쾌’라고 불리었던 조생이라는 사람이다. 조생은 양반가를 드나들면서 책을 사고파는 일을 했다. ‘서쾌’라는 직업으로 불리었던 사람이 존재했다. 조선 후기 서쾌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없었던 조선시대 분명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터이고, 신간이 나오면 어떤 유통경로로든 퍼져나갔을 것이다.

“조생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다. 책을 팔며 세상을 돌아다닌 지 오래되었으므로 그를 본 사람은 귀천이나 현우(賢愚)에 관계없이 모두 그가 조생임을 알아보았다. 조생은 해만 뜨면 저잣거리로, 골목으로, 서당으로 관청을 내달렸다. 위로 높은 벼슬아치부터 아래로 <소학>을 읽는 아이에 이르기까지 찾아다니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가 달리는 것은 나는 듯했고, 그의 품에는 책이 가득 안겨 있었다. 영조 신묘년(1771)에 주린이 지은 <명기집략>에 우리 태조와 인조를 모독한 말이 있어서, 중국에 알리고 전국의 책을 대거 거둬들여 불태웠으며 그 책을 판 자는 죽였다. 이 때 나라 안의 책장수가 모두 죽게 되었는데 조생은 이에 앞서 먼 지방으로 달아나 홀로 죽임을 면했다” (『이향견문록』, 조생 편)

조생은 조신선(曺神仙)이라는 별명까지 있었다고 한다. 원하는 책을 어떻게든 구하여 고객에게 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생은 지금 인터넷의 검색창 역할, 뭐든지 다 물어보면 답을 주는 것과 같은 일을 한 것 아닐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책을 구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에게 전수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책만 유통할 뿐 아니라 지식 정보통이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당시 서쾌들은 책에 관한 모든 내용을 기억할 정도로 박학다식했다. 그리고 주 고객층이 양반인 만큼 지식인들과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교양을 갖추었다. 단순히 책을 파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이나 추천까지 이뤄졌다. 조선후기로 오면서 양반뿐 아니라 여성, 중인 계층까지도 섭렵하게 되었다. 한글 소설이 확산되면서 아마도 아녀자들이 책을 많이 읽었을 것이다. 바깥나들이가 힘들었던 여성들에게 서쾌가 소개해주는 책을 읽는 것은 꿀처럼 달콤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소설이 출판되고 유통되면서 전국 곳곳에 소설책을 빌려 보는 사람도 생겨났다. 책을 중계하는 대가로 서쾌들은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높아지게 된다.

앎의 욕구가 극대화되었던 조선의 문예 부흥기였던 18세기.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갈급했던 사람들에게 책은 어쩌면 어떤 보물보다도 귀중했을 것이다. 서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상과 지식과 문화가 전달될 수 있었다. 조생은 “책이 없어진다면 나도 더 이상 달리지 않을 것이요. 하늘이 내게 명해 천하의 책을 모두 알라고 한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원하는 책이 있소? 무엇이든 말해 보시오”라고 자신 있고 당당하게 말했던 조생, 조신선. 아마 그는 오늘날의 북큐레이터 역할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의 요구, 독자의 요구에 맞는 책 선정, 책을 소개하는 일을 했던 북큐레이터는 인간이 책을 사랑하는 동안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일이다.

정보가 넘쳐나고, 일 년에도 수만 종의 책이 출간되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가진 사람들은 적다. 그렇기에 북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책은 3분라면과 같은 즉석식품이 아니다. 유기농채소로 오랜 시간 걸려 만든 웰빙식품과도 같다. 편의점 음식을 매일 먹어도 죽지 않는다. 그렇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 중요하다는  건 어린아이도 알 정도다. 조생이 책에 대해 조언해 주었듯이 나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는 북 큐레이터가 점점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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