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와 차별성 없는 공연과 놀이 축제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오산문화재단 주도의 ‘오산천 두바퀴 축제’

20만의 인구를 갓 넘기는 소도시 오산이 매년 수십억원의 혈세를 들여 문화재단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아울러 문화원은 오산의 역사나 전통, 사람들 삶의 발자취를 발굴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기관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런데 오산 문화의 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 두 문화기관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지방분권시대 문화는 시민이 직접 문화를 생산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이 주도하고 문화재단과 문화원과 같은 관의 문화기관은 ‘전문성’과 ‘소통’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관 문화기관이 최고의 전문가와 역량을 갖추지 못하거나 대민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문화를 꽃피울 수 없다면 혈세만 낭비할 뿐 굳이 존치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 조직, 특히 오산문화재단에게 소위 말해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나, 역할은 못하고 혈세만 먹는 하마 조직이 아닌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산문화재단은 2012년 예산문제나 시기상조론 등 많은 논란 속에 창립됐다. 예산이 빠듯한 작은 도시에서 굳이 문화재단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이견도 있었지만 지역 문화예술 수준을 질적으로 높이고 시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명분이 더욱 앞섰다.

초대 상임이사로 외부 문화전문경영자 출신의 강창일 씨가 부임했다. 그는 오산시립미술관에서의 다양한 전시, 격조 높은 공연 유치, 대중가수 섭외를 배제하고 역사문화적 유산에 기반한 오산만의 자존심 있는 축제 시행, 시가 추구하는 교육도시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 도입, 어린이 오케스트라 도입 및 운영 등 문화재단의 기틀을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시민들은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문화재단으로부터 제공받으며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강창일 상임이사 체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산문화재단은 ‘질’이나 ‘양’ 모든 측면에서 후퇴를 거듭할 뿐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 심하게 말하면 밥값 못하고 엄청난 혈세만 먹는 하마 조직으로 전락했다.

오산문화원 역시 전문성이 부족해 지역의 역사나 유적, 유물, 인물, 스토리 발굴이나 이에 기반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문화원의 색깔에 맞지 않는 행사에 얼굴 비추기나 보여주기식 활동에 치중한다.

문화재단이나 문화원의 전문성은 턱없이 부족하고 시민은 문화행사의 기획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객체이자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독산성문화제나 시의 주요 행사에 시민은 단지 들러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일례로 지난 독산성문화제 토, 일요일 메인무대의 핵심인 마지막 공연은 기획사에 의한 대중가수로 채워지고 관중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영혼 없이 연예인에 휘둘려야 했다.

수원화성문화제나 수원연극축제, 여타 다양한 문화와 지역의 프로그램에서 시민을 주체로 세우고 시민 주도로 만들어 나가려 노력하는 수원시나 세계적으로 호평 받는 마츠리(축제)를 만들어내는 일본의 사례를 오산시 지도자들은 잘 연구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시민이 어떻게 주체가 되어 문화를 생산, 참여, 향유하는 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고민이 필요하다.

오산에서 문화관련 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문화재단과 문화원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근본적으로는 관의 문화기관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선거캠프 참여자와 시장이나 국회의원과 가까운 사람, 정치적인 목적 등으로 인사가 이루어지다보니 문화기관의 ‘전문성’과 지역민과의 ‘소통’은 사라지고 시민은 문화와 멀어진다. ‘문화 시민주권’, ‘문화 지방분권’ 시대를 역행하는 적폐이다. 백보 양보해 현실적으로 정치인의 입장에서 시 산하기관에 어느 정도의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하더라도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고 문화와 관련 없는 문외한이 주요 자리 대부분을 꿰찬다는 점이다. 몇 년이 흘러 낙하산 인사가 문화에 대한 ‘감’을 익히기 시작하면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니 지역 문화 역량이 축적될 리 만무하다.

향후 오산문화재단이나 오산문화원의 인사는 철저히 공모에 의해 최고의 역량 있는 전문가들이 배치될 수 있어야 한다. 지역민이 이들 기관의 역량의 문제나 시민주도 문화생태계 조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 슬픈 일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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