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장안면에는 수촌리라는 마을이 있다. 외형상 여느 곳과 다름이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99년 전만 해도 수촌리는 3.1운동의 주요 거점이자 장안, 우정을 중심으로 3.1 만세 운동이 격렬하게 펼쳐진 역사의 현장이다. 3.1운동의 역사에 있어 화성지역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면사무소나 주재소, 순사 등을 처단하는 등의 폭력 수반한 시위의 성격이었다는 점이다. 화성 지역에 대한 일제의 수탈과 사회경제적인 요인에다 3.1운동이 결합되면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현재 수촌리의 마을 입구에는 ‘수촌리3.1독립운동기념비’를 비롯해 ‘수촌교회(화성시 향토유적 제9호)’ 등이 남아 있다.

수촌리3.1독립운동기념비와 수촌교회

■ 화성지역의 공간적인 의미와 3.1운동의 흐름

화성지역의 3.1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간적인 의미에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는데, 일제강점기를 기준으로 화성지역은 수원군에 속했다. 즉 수원과 화성, 오산은 당시 통합이 되어 있었다. 따라서 화성지역의 3.1운동 역시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수원군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우선 인지하고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3.1운동 관련 자료들을 보다가 수원군의 희생자 수가 다른 곳에 비해 너무 많아서 왜 이렇게 많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는 현재의 수원을 생각하면서 자료를 봤기에 오는 불일치라고 할 수 있다.

우정, 장안지역의 3.1운동 거점이었던 수촌리. 마을 입구에 세워진 기념비

화성지역의 3.1운동은 크게 3지역으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송산, 사강지역 ▲우정, 장안지역 ▲향남, 발안지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송산, 사강지역의 경우 화성지역에서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1919년 3월 28일, 장날에 맞춰 만세운동 연통을 돌리는 등의 기획 및 실행을 했다는 점에서 우발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만세운동을 진압하던 노구치 순사부장이 쏜 총에 홍면옥이 부상을 당하자, 이에 분노한 군중들에 의해 노구치 순사부장이 처단되었다. 이때 죽은 노구치 순사부장을 기리는 일종의 위령비가 해방되기 전까지 방화수류정 인근에 있었다.

송산초등학교에 세워진 3.1운동 기념비. 송산, 사강지역의 3.1운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편 이러한 영향을 받아 우정, 장안의 경우 마을을 돌면서 시위대를 규합해 만세운동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경찰서 격인 화수리 주재소를 습격, 방화를 하는가 하면, 만세운동 중 이를 진압하기 위해 가와바다 도요타 순사가 쏜 총에 이경백이 사망하자 이에 분노한 군중에 의해 가와바다 순사가 처단되는 등의 형태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일제는 보복으로 화수리를 비롯한 수촌리 등의 마을에 대해 방화를 하고, 주민들에 대해 탄압했다. 이때 피난하지 못한 이들이 죽는가 하면, 상당수 주민들이 체포되어 옥고를 치러야 했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제암리에 세워진 3.1운동순국기념탑

향남, 발안지역 역시 3월 31일 발안장을 이용해 만세운동이 있었고, 4월 2일 횃불시위 등 기세가 거셌다. 이같은 우정, 장안지역과 향남, 발안지역의 만세운동에 대한 보복으로 4월 15일 아리타 중위가 수비병 11명을 이끌고 제암리로 와서, ‘제암리 학살사건’을 벌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23명의 주민이 희생되었는데,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스코필드, 커티스, 테일러, 언더우드 등에 의해 해외에 폭로가 되면서 일제의 만행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 수촌리3.1독립운동기념비, 화성 지역 3.1운동의 한 축이던 우정, 장안

이처럼 화성지역의 3.1운동은 ‘시위대의 규합(연통, 사전 기획)=만세운동=일제의 진압과 보복’으로 진행되었다. 때문에 3.1운동의 거점이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수촌리 역시 일제의 보복으로 42채 중 38채가 불에 타 사라질 만큼 그 피해가 막심했다. 지금도 마을의 입구에 ‘수촌리3.1독립운동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이같은 역사의 현장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다. 1974년 3월 1일에 세워진 해당 비석의 전면 글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화성지역의 3.1운동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수촌리에 세워진 3.1독립운동기념비. 비석의 전면은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다.

기념비의 안내문. 100주년을 맞아 안내문의 정비가 시급하다.

기념비를 지나 만나게 되는 수촌교회. 붉은색 벽돌 건물은 1965년에 만들어졌다.

한편 기념비의 뒤로 수촌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불과 5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수촌교회가 의미 있는 것은 당시 수촌리의 3.1운동을 주도했다는 점으로, 이 때문에 일제의 보복 당시 교회가 불에 타 사라지기도 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수촌교회는 1905년 김응태의 주도로 정창하의 집에서 시작한 것이 시초로, 이후 1907년 초가집을 매입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3.1운동의 영향으로 교회가 불에 타 사라졌는데, 이때 교인 김의태가 불타는 교회에서 궤짝을 하나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이 궤짝 안에는 교회의 교적부가 있었다. 해당 교적부를 통해 1910년대 수촌교회의 규모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데, 당시 100여명에 달하는 교인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엉 잇기가 한창인 수촌교회

수촌교회가 불에 탈 때 교인 김의태가 꺼냈다는 궤짝. 내부에는 교회의 교적부가 있었다.

수촌교회의 전경

1922년 선교사 아펜젤러와 감리사 노블의 도움으로 교회를 건립해 사용하다가, 이후 1932년 1월에 현 위치를 이전한 것이 오늘날의 수촌교회였다. 현재 수촌교회는 크게 초가집 건물과 붉은색 벽돌 건물의 교회가 있는데, 이 가운데 초가집이 과거 수촌교회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한때 이 건물은 양식기와의 형태였으나, 1987년 현재의 초가지붕으로 복원되었다. 초가집의 형태이기 때문에 지금도 매년 이엉을 엮고 있으며, 방문한 날에 마침 이엉 잇기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부에는 ‘소화 7년 정월’이 새겨진 상량문이 있어, 1932년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지금도 목사의 집무실 겸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뜻 깊은 건물이다. 한편 오른쪽의 붉은색 벽돌 건물은 1965년 6월 15일에 준공된 교회로, 얼마 전 내부가 리모델링되어 옛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화성지역의 3.1운동의 현장이라고 하면 제암리를 떠올리지만 이에 못지않게 수촌리 역시 주목해야 할 곳으로, 화수리 주재소 터와 함께 관심 있게 봐야 할 역사의 현장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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