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나경원 의원이 친박 및 잔류파의 압도적인 지지로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실력 있고 신뢰받는 당당한 야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투표한 의원 103명 가운데 68명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정책위의장 후보 러닝메이트로 친박의 정용기 의원을 선택했고,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거나 “태극기 부대도 흡수해야 한다”고 한 발언 등을 통해 볼 때 나 신임 원내대표의 이념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박근혜의 헌법파괴와 국정 유린,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의 뒤에서 그녀를 꼭두각시로 만들며 나라를 대혼란에 빠트렸던 최순실 주연의 희대의 비극드라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인적쇄신, 개혁을 한 적이 없다. 총선패배와 박근혜의 탄핵, 6.13지방선거에서의 참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하겠다.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박근혜 체제에서 같이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누리던 그들은 그러나 권력을 둘러싼 암투만을 일삼았고, 진절머리가 난 국민들의 분노한 여론은 박근혜와 최순실뿐만 아니라 김기춘과 최경환 등 실세들과 함께 전전 대통령이었던 이명박까지 감옥으로 보내버린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가 부하에 의해 총 맞아 죽고, 또 다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노태우 역시 감옥에 보내진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벗어나기 힘든 주홍글씨가 추가된 셈이다.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보수의 본산 자유한국당을 탈출했다가 다시 복당한 전력이 있다. 유승민을 중심으로 한 탈당세력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복당 후 이번에 친박의 지원을 받고 원내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보수 야당 첫 여성 원내대표라는 명예도 얻었다.

이러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시대적 과제는 보수를 개혁하고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는 젊은 보수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과연 국민에게 감동을 주며 돌아선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제도 개편, 소득주도 성장, 유치원 3법, 김정은의 국회 연설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잇따라 밝히는 것을 보면 대의보다는 소속 정당 국회의원 잇속 챙기기나 이익집단 편들기, 고질적인 반북이데올로기에 매몰돼 있는 것으로 보여 오히려 우려를 낳고 있다.

친박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명인 홍문종 의원이 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 직후 “친박의 탈당은 없을 것”이며 “비대위 체제는 동력을 잃었다. 빨리 짐 싸고 집에 갈 생각해야 한다”며 비대위의 개혁 의지를 조롱한 것이나, 한 비박계 의원이 “100% 친박당이 다시 돼버렸다. 인적쇄신 동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한탄한 것은 향후 자유한국당의 정체성이 더욱 강경보수로 기울 것임을 예고하는 전조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은 10%후반~20%중반대의 국민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최고의 지지율로 냉랭했던 국민의 여론이 점차 풀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자유한국당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및 노동정책의 난맥상, 최근의 고속철 사고와 온수관 파열 등의 안전문제, 지루한 북미협상과 부진한 남북경협 등에 대한 국민의 답답함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현재의 상황을 오판하여 기존과 같이 문재인정부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도 없이 냉전 수구적이고 재벌 옹호적인 사고방식으로만 일관한다면 보수의 개혁과 부활의 마지막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남북화해를 통한 민족평화와 공존 및 경제번영의 길을 거부하거나 함께 잘 사는 경제체제의 구축, 국민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는 선진적인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제와 같은 시대적인 과제를 추구함에 있어 혹여라도 딴지를 거는 일은 없길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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