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목표 중 하나는 춤을 배우는 것이었다. 큰 결심 끝에 선택한 폴댄스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한 달 동안 폴댄스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폴댄스는 어쩌면 균형을 찾아나가는 일이 아닐까. 수직으로 기다란 폴 하나를 의지한 채 나의 몸을 공중으로 올려야 한다. 폴에 매달린 채 어떻게든 제대로 서야 한다.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편안하게 누워있는 시간은 편하다. 안전하고 위험이 없다. 긴장감도 없는 유유자적한 상태다. 모든 일을 손에서 놓아버린 듯 아무런 고민도 없어진다. 그렇지만 바로 수직으로 서 있는 폴을 보면 그 자체로 긴장감이 생긴다.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폴은 차갑고도 단단하다. 천장과 바닥에 딱 고정된 한 줄의 수직 폴은 도도하기까지 하다. 단단하고도 힘 있어 보인다.

폴에만 의지한 채 내 몸을 공중에서 서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클라임업’이라는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무릎과 무릎으로 몸을 꽉 지탱해야 한다. 온 몸에 힘을 주고 나를 단단하게 세워야 한다.

폴 위에 올라가 있는 동안 잠깐 이지만 균형을 이룬 짜릿한 시간을 통해서 희열을 느낀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이 함께 어울리면서 불편함을 뛰어넘어 기쁨이 생긴다. 폴댄스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지난 시간에 했던 동작이 갑자기 잘 될 때, 그리고 조금씩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아질 때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아닌 나와의 투쟁을 이겨낸 1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최근 20년 이상 몸의 아픔을 참아가면서까지 극한을 뛰어넘었던 적은 없다. 학창시절 체력장을 하면서 오래달리기 혹은 100m달리기 할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힘들게 몸을 쓰는 일을 하지 않았던 나에게 폴댄스는 고강도 운동임에 틀림없다.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루며 균형을 잡아나가는 일은 맘처럼 쉽지 않다.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이 가볍다. 활짝 열린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유연한 자세가 생긴다. 땀을 뚝뚝 흘리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느껴지는 단단한 내 몸은 살아있는 듯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마력이라고나 할까. 세상에 어떤 즐거움보다 폴댄스 하는 시간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할 말이다. 사서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의 많은 즐거움은 고생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많다. 고통과 힘든 일 다음에는 반드시 즐거운 일이 온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닌 순간이 찾아온다. 극한의 고통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창조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세가 바르지 않아 몸이 엉망인 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좌절의 시간이 있다. 기우뚱하게 흐트러지면 오히려 몸이 더 아프다. 제대로 힘을 쓴다면 요령이 차츰 생기면서 힘도 덜 든다. 내 안의 창조성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이렇게 균형을 찾아나가야 한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의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면서 말이다. 무수히 흔들리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균형을 배운다.

아이가 끊임없이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세상에 발 한 걸음 떼는 것처럼 말이다. 한 걸음 떼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면 두 발을 뗄 테고, 흔들리면서 다시 발을 내딛게 된다. 어느 순간 넘어지지 않고 뚜벅뚜벅 걷게 되는 날이 오면 걷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 누워있기만 했던 아이는 걸음마를 배우면서 세상과 만나고 성장한다. 그렇다면 폴을 오르면서 만나게 되는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게 될까.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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