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은 농경문화와 밀접하다. 달, 여성, 대지는 곧 여성을 뜻하였다. 땅과 달은 여성의 생산력을 의미하며, 풍요로움의 상징을 표현한다. 다양한 농경문화의 옛 풍습이 정월대보름에 남아 있다.

‘설은 질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는 옛 말도 있다. 대보름의 달빛은 바로 어둠과 질병, 액운을 밀어 낸다. 달을 보고 농사를 지었던 옛 농경문화를 가늠케 한다. 대보름 달을 보면서 다양한 집단적인 행사를 한다.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은 모두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오랜 풍습이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복을 부르는 다양한 풍습이 아직까지 전해진다.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 술 마시기, 묵은 나물과 오곡밥 먹기, 달떡 나눔 등이 있다. 설 명절이 개인적이고 집안의 행사에 치중하는 반면 정월대보름은 마을 공동체의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쥐불놀이가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불을 통해서 하나로 화합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달집에 불이 활활 타오르면서 한해의 모든 액운을 막는 시간이다. 비나리와 고사, 불글씨 점화에 이어 불넘기를 하면서 한 해의 건강을 빌곤 한다. 달집 축제를 이어나가면서 도시에서는 사라져가는 전통을 되새기곤 한다.

정월대보름에는 크게 견과류, 오곡밥, 묵은 나물을 먹는다. 견과류는 부럼이라 하여 피부병의 하나인 ‘부스럼’과 소리가 비슷하다. 정월대보름에 부럼을 먹으면 그 해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지금까지도 정월대보름에 땅콩, 호두 등의 견과류를 먹는다. 또한 오곡밥은 풍년을 바라면서 짓는 밥이다. 영양가도 풍부하고 겨울의 부족한 기운을 보충한다. 묵은 나물은 더위를 막아 주는 의미다. 묵은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정월대보름 날에는 꼭 묵은 나물을 챙겨 먹었다.

우리의 세시풍속 전통은 설부터 정월대보름까지 약 15일간 102건의 놀이와 의례가 있었다고 한다. 대대로 이어진 수백 년 간의 상상력이 응축된 세시 풍속은 앞으로도 간직해야 할 문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문화가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삶으로 축소된다. 하지만 지역적인 것, 전통적인 것에는 분명 지혜와 가치가 담겨져 있다. 오래된 미래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정월대보름과 같은 민족의 절기가 많이 잊혀진다. 고유의 문화를 이어 나가고, 삶 속에서 향유하는 것은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달을 보면서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고, 액운을 떨쳐버리는 것은 모두의 마음속의 희망이기도 하다. 올해는 정월대보름 어떤 달이 뜰까를 기대하면서 달 구경하는 날, 모두의 풍요를 기원하는 날이 되어 보자.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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