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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은 ‘카페’다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 승인 2019.04.06 10:10

사람들은 차를 즐긴다. 거리에 있는 수많은 카페들이 이를 증명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는 공간에 차가 없으면 섭섭하다. 그곳이 사무실이든 회의실이든 사람들이 자주 찾는 상점가든 그들의 손에 커피한잔이 있다면 그곳은 카페다. 카페에서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들어 카페를 사적공간처럼 활용하며 혼자 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의 문화가 생겼지만 카페는 원래 차를 마시며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국어사전에서 카페는 ‘커피나 음료, 술 또는 가벼운 서양 음식을 파는 집’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카페의 기능 중 한 부분일 뿐이다. 프랑스어인 ‘café’의 본래 기능은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다. 우리가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인 네이버 카페, 다음 카페가 단지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생각을 글로 적고, 의견들이 오고 가며 정보가 공유되는 곳임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초기 카페 문화가 인터넷상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사람들은 저렴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사람들과 만나서 당시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생각을 넓혀 나갔다. 어느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도 계속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단지성을 키워 나갔다.

토론이라는 것은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누구나 생각은 다를 수 있기에 특정한 답을 정하지 않고 먼저 생각을 공유한다.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여 정의로운 논리를 찾아간다. 우리가 TV에서 지금껏 봐왔던 100분 토론, 심야토론 같은 프로그램은 잘못된 토론의 전형이다. 양대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주장만 하나가 끝이 난다. 끝장토론을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결국 그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재확인할 뿐이다.

토론은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게임이 아니다. 함께 성장하는 좋은 방식 중 하나다. 그래서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담당하는 기관들은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세계 최초의 사회복지관이라고 하는 ‘토인비 홀’의 경우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복지관과는 사뭇 다르다. 토인비 홀의 내부 구성을 보면 넓은 책상과 많은 의자로 이루어져 있다. 토론이 우선된 구조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관들처럼 교육실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다. 한국의 사회복지관들은 서비스 전달 기능이 강하다. 교육실은 있어도 토론하는 공간은 없다. 실제 서비스 수행 자체도 커뮤니티보다는 일방적 서비스 제공이 우선된다. 욕구조사라는 방식으로 당사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이 방식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회복지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딱딱한 간담회 자리나 공청회 자리의 느낌이 아니라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인 곳이어야 한다. 이용자들과 사회복지사는 공동체의 문제나 지역의 이슈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사회복지관 사업에 적용해야 한다. 해법은 프로그램에 있지 않다. 이용자들이 지역을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조직되는 것에 있다.

사회복지관과 사회복지사들은 단지 이용자들의 욕구만족을 채워주는 역할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사회복지관은 지역주민들이 카페처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생각의 사람들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지역의 현안과 공동체의 정의로운 방향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 사회복지관은 지역민과 가깝다. 그리고 카페처럼 부담 없는 곳이다. 카페의 즐거움처럼 이 곳에서 항상 새로운 재미가 만들어진다면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사회복지관이 되지 않을까?

이건일(당진북부사회복지관 관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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