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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아들과 어머니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소영 기자 | 승인 2019.04.09 14:39

아들이 시를 쓰고 읽어준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현실에 그런 아들이 있을까. 요즘 시쳇말로 “이게 실화냐?”는 말이 나올 만큼 멋진 모자(母子)를 만났다. 얼마전 월간 <문학바탕>을 통해 신인문학상을 받은 송지호 학생과 시인으로 등단한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 김정애 씨. 강원도 횡성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송 군은 평소 시에 관심이 많았단다. 2016 강원도 종합 실기대회 시부문 1위(2016), 제1회 진도 사랑시 『여가 진도여』 공모전 입선 등 등단 전 그의 이력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시인으로 등단 한 후에는 국문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지내고 있다고. 지호 군이 쓴 시를 몇 편 읽어봤다. 고등학생이 쓴 시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송 군은 주로 도서관이나 자신의 방과 같은 조용한 곳에서 시상을 떠올려 썼다고 했다. 기자의 눈에는 그가 ‘학생’이 아닌 공부와 시작(詩作)을 병행하는 열정 ‘시인’으로 보였다. 부모님의 결혼 18주년을 기념해 쓴 시도 인상 깊었다. 김정애 씨도 ‘일생치 일기’라는 시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부모에게 시를 선물하다니. 별을 보며 어머니를 생각하던 ‘별 헤는 밤’ 시인 윤동주가 떠올랐다.

기자 역시 부모 된 입장에서 궁금해졌다. 타고난 ‘기질’과 ‘감수성’을 지닌 탓일지, 아니면 다른 무언의 ‘교육 비밀’이 있는지. 김정애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교육으로 글쓰기와 시쓰기를 전혀 배우지 않았다고. 자신은 오규원 씨의 ‘현대시작법’ 한 권 사줬을 뿐이라고. 맥이 빠지려는 순간, 한 마디를 보탠다. “사실 제가 23년 직장생활을 하며 바쁜 워킹맘으로 살았어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들이 잠들 때까지 머리맡에서 그림책과 동시를 읽어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밤이면 가끔씩 운율을 넣어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어떤 일이 닥쳐도.’ 이런 식으로 불러주곤 합니다.”

그녀는 말했다. 아들이 새로운 시를 짓고 읽어줄 때면 엄마가 아니라 독자가 되어 작가와 일대일로 교감을 나누는 느낌이라고. 아,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송 군의 타고남도 있지만 부모의 지지도 한 몫 했으리라는 생각이 맞았다. 어쩌면 송 군은 학교에서 ‘문학소년’, 아니면 ‘이상한 비주류’의 아이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은 다르니까. 나는 너무 부러웠다. ‘시’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풀어내는 그의 ‘힘’과 생각의 ‘결’, ‘폭’이. 어느 작가가 그랬다. 글쓰기의 가장 큰 장벽은 부모의 ‘반대’가 아닌 자기 생각의 ‘빈곤’이라고.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써 온 송 군은 마음만큼은 참 ‘부자’겠구나 싶었다.

왜 시를 쓰는지, 시의 힘이 무엇인지 송 군에게 물었다. 그는 시를 읽는다는 것은 흰 도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든, 시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각자 그들의 생각과 사상을 통해 시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글의 형식을 갖춘 흰 도화지를 채우는 것 우리들의 몫이지요.” 그의 말에 기자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사실 기자는 시를 잘 모른다. 하지만 가끔씩 우연히 읽은 시가 ‘머리’가 아닌 ‘가슴’을 치고 지나칠 때가 있다. 주절주절 긴 글이 아닌, ‘한 줄’이 마음에 콕 박힐 때. 몇 년 전 강원도 시골로 귀촌을 한 지인은 몇 십 년을 품고 살았던 노래 때문에 귀촌행을 했다고 했다. 그리곤 세부엉의 ‘숲 속의 작은집’이라는 노래를 시처럼 읊었다. ‘깊고 깊은 숲속에 조그만 집을 찾아 그대여 오세요/새소리에 잠깨는 새벽엔 따뜻한 커피를 드리죠.’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다짐을 했다. 평생 가슴 속에 살 시를 지금부터 찾아보고 마음에 새기며 살아보자고. 시 쓰는 아들과 시 듣는 어머니와의 만남을 통해 얻은 게 많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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