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남사당 공연 모습

안성은 가히 예향의 도시라 할 만하다. 인간문화재인 도살풀이의 김숙자, 태평무의 강선영이 태어난 곳이고, 뛰어난 장인정신과 솜씨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던 유기(鍮器)도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교통의 요지로 안성시장은 당시 전국의 3대 시장 중 하나였다. 지리적 요건과 경기남부 상업과 수공업의 중심지였던 위상이 문화와 공연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요즘은 특히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로 전국에 강한 인식을 남기고 있고, 안성 남사당패는 국내외에 우리 전통 공연 문화의 우수성과 신명을 알리고 있다.

남사당은 조선후기 마을과 장터를 유랑하며 놀이·악기·노래·곡예·인형극·줄타기·재주 등을 공연하며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한국의 대표 전통연희 집단이다. 민중의 한과 양반사회의 부도덕성과 같은 시대적·사회적 문제를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고발하는 민중 지향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중앙 남사당놀이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3호, 안성 남사당놀이가 경기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받을 정도로 문화적, 학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남사당 가운데 안성 남사당패는 가장 실력 있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안성 남사당패는 여자의 몸으로 15세에 꼭두쇠가 된 ‘바우덕이(金岩德)’ 시절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남존여비가 팽배하던 유교의 조선시대에 실력으로 차별을 뚫었으니 참으로 대단한 인물이다. 실력도 출중하고 미모 역시 가는 곳마다 화제에 오를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한다.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사람은 박명한다고 했던가. 23세의 꽃다운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바우덕이의 본명은 김암덕이다. 조선말기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에서 염불, 소고춤, 줄타기 등 온갖 기예를 익혀 뛰어난 기량으로 유명하였고, 세상에 나가 놀이판을 벌이니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고종 2년(1865) 흥선대원군이 팔도 장정들을 동원하여 경복궁을 중수할 적에 안성 남사당패가 유명하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놀이판을 벌였고, 정3품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하사했다.

그후 오랜 세월 후에 안성 남사당을 되살리기 위해 안성 풍물인들을 중심으로 1982년 남사당보존회를 구성했다. 안성 남사당 최후 예인인 김기복을 중심으로 남사당 문화를 복원해 1989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출전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후 1997년 9월 30일 경기도 무형문화제 제21호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2002년에 상임단원과 명예단원 45명으로 구성된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이 창단된다. 현재는 안성시가 바우덕이와 남사당을 이용한 축제를 진행하며 2017년의 경우 5일간의 여정을 통해 누적관람객수 69만여명 동원과 21억여원에 달하는 농특산물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축제로 각광받고 있다.

안성 남사당은 바우덕이로부터 시작해 김복만, 원육덕, 이원보, 김기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기복은 10세 때 이원보를 만나 상무동을 하면서 가락을 익히고, 쇠·벅구·장구까지 기예를 전수받았다.

안성 남사당의 발원지는 청룡사(靑龍寺) 불당 부락으로, 청룡사는 예인집단의 집결지로 알려져 있다. 떠돌이 예인집단은 겨울이 되면 공연의 기회를 잃고 대신 청룡사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량을 높이기 위한 연습을 하기도 했다.

청룡사의 부근에는 바우덕이 사당이 조성돼 있다. 주변 환경이 포근하고 아름다우며, 바우덕이의 조각상도 있다. 바우덕이의 묘는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산1-1에 위치해 있는데, 안성 유지들이 나서 버려진 바우덕이 묘를 찾아냈고 이를 정화하고 1990년에 산비탈에 묘비를 세웠다. 조선시대 유교가 지배하던 시절 문화예술을 담당했던 사람들은 천대를 받았고 바우덕이의 묘도 마찬가지의 신세에서 그나마 현재 정도로 보존 받고 있지만, 여전히 묘가 초라하고 주변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안성시가 관리에 좀 더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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