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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베스트 음악, ‘위로의 순간’을 기억하다
이소영 기자 | 승인 2019.05.16 13:07

“나는 음악에서 글쓰기를 배웠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백이다. 나를 키운 ‘팔 할’같은 음악이 있을까. 멜론 플레이리스트 목록을 뒤적거렸다. ‘좋아요’를 누른 곡들을 살펴봤다.

god의 ‘길’,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 이것이 내가 뽑은 베스트 음악이다. ‘길’은 잔잔한 독백과도 같은 노래다. 가사를 적어보면 철학적이면서도 심오하다. 그러나 골방철학자 같은 성격이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 즈음 다 했을 생각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기억을 되살려보면, ‘길’은 멜랑꼴리 한 마음의 연원을 모를 때 무의식 중 많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살아갈 ‘길’이 보이지 않더라도,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고, 지금 서있는 현재에 발도장 쿵쿵 찍고, 앞으로 걸어갈 미래를 꿈꾸지 않았나 싶다. 사실 위안도 좀 된다. 답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길’을 나 혼자 걸어가는 것 같지 않아서. 적어도 국민가수였던 god가 함께 불러줘서.

친정엄마와 토닥거렸을 때는 어김없이 양희은 씨의 ‘엄마가 딸에게’를 듣는 나를 조우한다. 나는 결혼을 해도 걱정이 되는 딸이니까, 엄마의 조언은 계속된다. 멈추지 않는다(아니 평생 멈추지 않을 것만 같다). 그 조언은 ‘관심’으로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도 있고, ‘간섭’으로 여길 때도 있다. 다 큰 성인인, 덩치 큰 나는 만년 사춘기 인 냥 받아칠 때도 있다. 괜스레 마음이 불편할 때는 양희은 씨 목소리를 찾아 듣는다. 우습게도 ‘다 잘 살라고’, ‘본인처럼 시행착오 겪지 말라고’하는 말들이었는데 하고, 이내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거는 나를 발견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데, 친정엄마와 딸도 마찬가지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이기에 더 하다.

mc스나이퍼의 ‘민초의 난’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곡이다. 드라마 ‘추노’의 OST였던 곡이다. 노비의 일생에 대한 곡이어서 가사가 심오하다. “소 돼지만도 못한 노비의 삶도 천대받은 존경받는 인간의 삶도 실낱 같은 꿈이 있어 살았노라 가족 같은 벗이 있어 웃었노라.” 랩이기 때문에 정말 빠르게 곡이 지나간다. 순식간이다. 20대에는 빠른 비트에 이 곡을 들으며 파워워킹 운동을 했고, 30대인 지금은 2019년인 지금 역시 과거와 다를 바 없지 않나 하는 한탄을 할 때가 있다. 양극화, 불균형, 먹을 게 천지인 세상에서 밥을 먹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가슴이 먹먹해져온다.

나는 직업군인을 만나 결혼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조우했더랬다. 계급으로 인한 갑과 을의 (보이는, 보이지 않는)일상, 공과 사의 모호함, ‘불의’라고 여기는 지점이 ‘합법’화 된 곳. 가뜩이나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역할을 새로 얻어 힘들 법 한 나는 ‘군대’라는 곳도 적응해야만 했다. 나의 그런 현실이 서글펐는지, 나는 차 안에서 이 곡을 들으며 쌩쌩 드라이브를 했다.

세상에 ‘우연’은 없나보다. 작곡가가 대신 가사로 내 마음을 대신 써줬기에, 계속 들었던 것이고, 숨은 기억을 깨우고 있는 듯하다. 사실 다행이다 싶다. 이런 음악이 내게 있기에, 남을 해치지 않고, 나를 지키며, 때론 저항하며 존엄을 지키지 않았나 싶어서다. H.W 롱펠로는 말했다. 음악은 인류의 공통어이며 시는 그 위안의 기쁨이라고. 나만의 베스트 음악을 꼽아보자.

내게 위안을 주는 곡들이 이렇게나 많았나하고 놀랄 것이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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