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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아 작가 “예술은 사물을 관찰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07.13 19:33

“저는 15년간 화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무언가 똑같이 그리는 것을 싫어했어요. 그래서일까. 상상력을 확장하는 추상적인 표현이 좋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자기 마음대로 느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고정관념 없이 받아들이고,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복진아 작가는 홍익대 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화실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다. 프랑스 보자르 조형예술 first class를 졸업하고 난 후 회화와 비디오, 설치작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했다. 복진아 작가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한 것이 가장 큰 인생의 자산이었다고 말한다.

2017년 ‘물의 소리’ 展은 청각적인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물방울 소리를 데시벨로 측정하고 데시벨의 크기를 원의 지름으로 시각화한 방식으로 작품을 그렸다. 이러한 작업을 구상하게 된 데에는 프랑스 유학시절의 일상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물방울 소리 등을 녹음하고 다녔어요. 그 때 분수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녹음했고, 그것을 원으로 표현하며 섬세한 소리들의 차이가 반영되어 작품이 그려졌습니다.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리면서 동양화의 진채화 기법처럼 수십 번 색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시선은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겹겹이 더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예술가에게 새로운 것이란 바로 경험의 재구성이며, 사물을 보는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논현동에서 화실을 운영하면서 성인을 위한 취미미술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다. 사실 가르친다기보다 ‘어떻게 사물을 바라보는가’에 대한 시선을 키우도록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관찰을 하지 않고, 배운 대로 보게 된다.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고, 머릿속에 있는 대로 그린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예술 대학의 교수들의 가르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한 수업에 보통 3명의 교수님이 들어와서 가르칩니다.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고, 작품을 만들고 평가를 해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도 네 다섯 명이 함께 평가하기 때문에 점수가 객관화되죠. 교수의 절대적인 권력이나 강압은 없어요. 실험적인 수업도 많이 있어요. 20세기의 현대음악을 틀어 놓고, 세 시간 동안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 일도 있었어요. 악기를 해체하여 다른 것을 만들기도 하고, 물건을 부순 다음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도 하고. 바로 내가 가진 틀을 깨뜨리는 작업이었어요.”

지난 5월에는 삼청동의 가고시포갤러리에서 두 번째 전시 ‘Turn it and off’ 展을 열었다. 보고 있는 것들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불을 켜고 보았을 때, 불을 끄고 보았을 때 다르게 보인다는 것에 착안하여 형광 안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그렸다. 우리는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분명 내 속에 다름이 존재하듯 타인의 모습에서도 낯설고 이질적인 것을 항상 마주한다.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 혹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그려갈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렇지만 복 작가는 “일상의 경험과 재료들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것을 관찰해 나갈 때 자신 안의 힘도 생긴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여름휴가 계획을 물었더니, “요즘 헤나에 꽂혔는데 강릉 경포대나 속초에 가서 파라솔 놓고 관광객들에게 헤나 그려주는 걸 해볼까 생각해봤어요. 기자님도 하나 그려드릴까요?”

팔뚝에 그려진 보랏빛의 라벤더 꽃을 보니 향기가 나는 듯하다. 작가가 그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소중히 보고 또 보게 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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