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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행복한가요? 행복이 뭐죠?
이소영 기자 | 승인 2019.08.14 08:26

한 여름 이사를 했다. 3년 만이었다. 2016년 임신 막달에 했고, 2019년 네 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했다. 주거지를 옮긴 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해보니 알겠다. 본래 살던 짐이야 포장이사를 부르면 ‘돈’으로 해결 된다지만, 새로운 집에 적응하고 몸을 부대끼고 살아간다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노릇이다.

16년부터 3년은 강원도에서 살았다. 영유아 아이를 소위 ‘사람 만드느라’ 애쓴 기간이기도 했다. 육아도 육아지만, 돌이켜보니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몸보다 마음이 괴로울 때가 더 많았다. 맛집을 가고, 풍경 좋은 카페에 가도 ‘그때뿐’일 때가 적잖았다. 좋았다가도 집으로 돌아오면 슬프고 울적할 때가 있었다.

그 ‘이유’를 찾고자 꽤나 노력을 기울였다. 유행한다는 미니멀라이프도 해보고, 비움의 행복도 잠시나마 찾은 듯했다. 그 경험을 담아 책도 냈다. 그러나 다시 외로워졌다. 인생은 원래 그런거 라고, 그런 걸 인정하는 순간, ‘네가 드디어 어른이 되는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쉽지 않았다. 허우덕 거렸다. 혼자 방황하는 느낌이 싫었다.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시골 어르신들 여섯 명과 함께했다. 매주 한 번, 두 시간의 만남. 그렇게 넉 달. 각자의 인생을 나눈다는 건, 여섯 명 몫을 합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시골 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는 행복을 바라보는 내 잣대가 굉장히 잘못되었음을 몸소 깨달았다. 유방암과 대장암을 이겨내며 자신과의 투쟁에서 살아남은 어르신들은 배추 모종을 살 때, 맨발로 산책을 할 때, 해가지는 노을을 보며 드럼연주를 할 때, 가족들과 울고 웃을 때 행복하다고 했다. 그들과 일상을 나눌 때마다 내 일상도 아름다운 걸 느꼈다.

당시 나는 행복보다는 나를 귀찮게 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들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던 터라 큰 변화였다. 지인의 책 추천 한 권 역시 한 몫을 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최인철 씨가 ‘굿라이프’에서 정의한 행복을 보며 행복공부를 열심히 했다. 특별히 행복에 관심은 없었지만,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행복에 대한 관점과 기준. 오랜 연구 끝에 나온 책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이었다. 행복한 사람들의 마음보다 행복한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본 시도.

그 맥락에는 이러한 것들이 있었다.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비교하지 않는다,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비움으로 채운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행복에 대한 믿음에 따라 (예컨대 고통이나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야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행복감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내 경험과 내 마음과 타인의 경험을 나누며 나는 나를 볼 수가 있었다. 특히 ‘돈으로 시간을 산다’라는 구절을 보며 나는 설거지의 불쾌함을 이기기 위해 결국 식기세척기를 중고로 사고 말았다. 기계를 통해 몸이 편해지니, 그 시간에 책도 읽게 됐다. 우스운 건 요즘은 ‘행복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라는 그럴싸한 말들이 불편하지 않다. 참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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