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애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춘봉 씨는 어릴 때 태권도 선수였다. 운동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제법 건장한 체격으로 성장하며 태권도를 특기로 하여 체대에 입학했다. 따라서 장애인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88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나갔었는데 시합 중 부상으로 척수장애 1급이 되었다. 사고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 때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갔던 여성이었는데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인권 변호사가 되었다는 스토리였습니다. 그 책은 감동을 주었을 뿐 아니라 인생을 다시 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주인공도 지금은 남을 돕는 삶을 사는데, 과연 나는 내 인생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을 하였습니다. 또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인권, 장애인복지, 장애인식개선 등에 관한 공부를 했고 지금은 10년 이상 장애인권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춘봉 씨는 지금껏 국립재활원 장애예방강사, 경기도 인권센터의 인권강사, 수원시 가족지원센터의 인권강사, 심리 상담사, 음악 심리상담사, 노인의 성 상담사 역할을 하고 있다. 크고 작은 기관에서 장애인식개선과 관련한 강의를 이어나간다. 당연히 장애 당사자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고충과 힘듦을 잘 알고 있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된 이야기는 모든 사람들에게 울림을 준다. 경험한 사람만이 깨닫고 알게 된 경험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감동이 크다.

현재 김춘봉 씨는 (사)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 회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봉사를 사랑하는 모임을 발족하여 경기남부권에서 200명 넘는 봉사자들과 함께 벌써 3년째 ‘봉사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찾아 삼계탕 대접, 의료용 목욕의자 제공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기관은 각각 후원과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봉사모는 특이하게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 함께 봉사하는 단체다. 편마비가 있는 장애인들은 한 손으로 배식봉사를 하기도 하고,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봉사자들은 손뜨개로 목도리를 만드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봉사활동 자체가 자연스레 장애인식개선 활동이 된다. 이처럼 김 씨는 지역적으로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조직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장애인권활동가이다.

최근에는 장애인식개선과 관계된 사회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며 전국 고속도로 212곳의 졸음쉼터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는 문제를 고발한 적 있다. 이것 역시 장애 당사자로서의 경험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졸음쉼터의 장애인 화장실 문제에 대해 한국도로공사는 올해부터 쉼터 화장실을 장애인 공용 화장실로 개조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며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장애인들을 대변하는 활동이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에 내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얼마 전 20일간 미국대륙횡단여행을 다녀왔다. 이에 대해 “장애인도 그랜드캐년을 볼 수 있고, 모뉴멘트밸리와 같은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어딜 가나 장애인들의 여행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대중교통 이용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여행 경험이 장애인권강사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일반인들도 하기 힘든 4000km에 달하는 대륙횡단여행은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야기한다.

“우리들은 모두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상이 괴롭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삶이 분명 펼쳐지기 때문에.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 닫히면 또 다른 길이 분명 열립니다. 특히 장애인으로 살면서 온 몸으로 터득하게 된 것들이에요. 우리 모두 좌절된 꿈일지라도 그것에 굴복하지 말고 현실 속에서 또 다른 길을 찾아 봐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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