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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는 어떤 스토리를 담아야 할까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10.07 23:34

“얼쑤, 조오타. 백주대낮에 합궁식을 하는구나. 줄들이세! 숫줄이 암줄 자궁 안으로 들어간다. 암줄이 이길까, 수줄이 이길까. 어영차! 조오타! 얼씨구!”

제56회 수원화성문화제에서는 수원문화원, 광교 1.2동 주관으로 길마재 줄다리기 시연이 펼쳐졌다. 시민 모두가 줄다리기를 하며 하나 되어 놀이를 통해 단결하고 화합하는 시간이 되었다.

길마재 줄다리기는 하동(자연지명 길마재) 일대에서 전승되는 대동굿으로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바라며 정월대보름 다음날 시작하여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함께 한 놀이이다. 이는 270여 년 전부터 전해오며 수원시 향토유적 제10호로도 지정되어 수원문화원에서 발굴, 매년 지원하고 있다.

흥겨운 풍물패의 장단에 따라서 장대흥 선생 묘 앞에서 펼쳐지는 길마재 줄다리기는 서쪽의 암줄과 동쪽의 수줄이 나뉜다. 사람 몸통 만큼이나 두껍게 꼬아 엮은 볏집 줄을 다함께 잡아당기며 시민들의 화합과 수원시의 융성을 다지는 축제의 장이다. 양은 태양, 음은 달을 뜻한다. 남녀의 성기를 상징하는 모양으로 새끼줄을 만들어서 합궁식을 한다. 그리고 줄을 당기면서 줄다리기 시합을 하는데,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의미를 있다 하여 암줄이 대부분 이긴다.

길마재 줄다리기는 논 다섯마지기에 해당하는 볏짚으로 50~70미터의 줄을 만든다. 암줄과 수줄 모두 합치면 120~130m가 된다. 또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특성이 있다면 ‘장대흥묘’라고 불리는 묘소 앞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넓은 벌판에서 이뤄지는 줄다리기와는 달리 묘 앞에서 제를 올리고 줄다리기를 한 점이 특이하다.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전통문화가 바로 수원 광교 일대에 전해 내려오는 길마재 줄다리기다.

이제는 광교 신도시가 되어 길마재라는 곳의 지명도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장소가 사라졌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역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길마재 줄다리기와 같은 행사는 길이 보존해야 할 우리 문화유산이다.

“어영차, 당기세, 당기세. 조오타!”라고 외치면서 모두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 줄을 당겼다. 힘과 마음을 모아 줄을 당기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었다. 논 다섯마지기 벼의 볏짚으로 만든 줄다리기의 줄이 끊어지면서 암줄이 승리했다. 전통적으로 끊어진 암줄을 가져다 집안에 놓으면 좋은 기운이 있다고 전해졌다. 수원화성문화제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너도 나도 암줄의 끊어진 짚을 조금씩 가져갔다. 미신이라고 할지라도 자기만의 의미를 담은 부적이 된다면 일 년 내내 길한 기운이 넘치지 않을까.

지난 해 수원의 화성문화제는 전국 지자체 축제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매년 지역 축제는 콘텐츠/프로그램의 구성 등 지자체와 주민의 아이디어와 노력에 따라 크게 결과가 달라진다. 거기다가 날씨, 사회적 이슈 등 통제가 어려운 외부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꾸준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놀거리, 먹거리, 살거리, 볼거리, 쉴거리 등 축제의 구성요소들은 다양하다. 하지만 지역축제라고 하면 길마재 줄다리기처럼 270년이나 되었다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는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감동과 흥분, 함께 모인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대동단결의 자리. 그것이 바로 축제가 지닌 힘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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