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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청의 오산, 예향의 고장 ‘진도’와 ‘남원’ 사례 잘 연구해야
조백현 발행인 | 승인 2019.11.05 02:14

오산시 부산동은 조선시대 공연 예술을 이끌었던 경기재인청과 국가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당굿, 재인청의 최고지도자 도대방을 3대에 걸쳐 역임한 이용우 가계를 품고 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과거에는 오산과 화성, 수원이 행정구역상 하나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수원의 재인청, 혹은 화성재인청이라 불리기도 했다.

재인청은 꽹과리·장고·북 등 각종 악기연주, 판소리, 승무·태평무·진쇠춤·도살풀이 등의 무용, 줄타기, 땅재주, 버나 돌리기 및 각종 놀이 등을 교육하고 연희했던 우리 공연문화의 본류이자 정신적 뿌리라 할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우리 춤을 정리하고 처음으로 무대화시켜 ‘한국 근대 춤의 아버지’라 불리는 충남 출신 한성준, 재인청 춤의 대가 화성 출신 이동안, 경기도당굿의 1인자였던 오산 출신 이종만과 이용우, 한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했던 도살풀이 예능 보유자 안성 출신 김숙자, 해금산조와 피리 시나위의 명인이자 ‘현대 국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평택의 지영희 등 당대를 주름 잡았던 예술인들은 대부분 재인청 출신이거나 그 후예들이다.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가장 빛나는 문화유산을 갖고 있었고, 재인청 예술의 중심 지역이었던 오산은 그러나 현재 명인의 명맥이 끊겨 이제는 화려한 전설만 남아 있다. 그렇다면 오산은 어떻게 다시 재인청 예술, 더 나아가 한류 문화의 메카로 부활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향의 고장으로 평가받는 진도와 남원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 무형문화재가 많고 인프라 구축이 잘돼 있는 전국 최고 예향의 고장 진도

진도는 전체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군이다. 그런데 남도의 이 작은 섬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강강술래(국가무형문화재 제8호, 인류무형문화유산), 진도아리랑(국가무형문화재 제129호,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도들노래(국가무형문화재 제51호), 진도씻김굿(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다시래기(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 등 국가무형문화재 5개와 진도북놀이(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8호), 진도만가(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19호), 남도잡가(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4호), 진도소포걸군농악(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9호, 인류무형문화유산), 조도닻배노래(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0호) 등 지방무형문화재 5개를 보유 중이다. 이외에 진도토속민요(산타령, 매화타령, 도화타령, 물래타령), 진도엿타령 등의 민속문화예술도 있다.

인구 백만 이상의 대도시가 국가무형문화재 1개 갖기 힘든 현실에서 진도는 섬 곳곳에서 국가 및 지방 무형문화재가 만들어지는, 어떻게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을까. 진도 각 지역에 산재하면서 우리 문화를 지켜왔던 명인들과 일상적으로 전통문화를 향유해왔던 지역민들이 한민족의 한과 아픔, 남해의 섬 진도의 멋과 흥,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예술적으로 제대로 표현했기에 가능했으리라 판단한다.

진도는 예로부터 문인들의 유배지였다. 이 문인들은 고된 유배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생활과 가슴에 쌓인 감정을 소리나 글, 그림 등의 예술로 표현하고 지역민들과 어울렸다. 또한 진도는 과거 세습무계를 중심으로 한 전문 예술인들의 집단인 신청(전라도에서는 재인청을 신청으로 표현)이 일제시대 탄압으로 모두 해체되는 상황에서도 해방 직후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존속했던 곳이다. 진도 신청 출신의 대표적인 가계 출신의 인물이 진도씻김굿의 예능보유자이자 진도북춤을 만들어 낸 고 박병천 선생이다. 진도농악이 낭걸립에서 나온 신청농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도 진도 공연예술에서의 신청이 준 영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유배 문인들과 신청에서 활동했던 전문 문화예술인들은 오늘날 진도가 놀라운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내고 세계적인 문화 자산을 갖게 된 자양분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진도에는 국립남도국악원이 존재해 수준 높은 공연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국립국악원은 전국에 4개가 있는데, 서울, 부산, 진도, 남원이 그곳이다. 진도와 남원에 신청이 있었고, 국립국악원은 신청의 후신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예술인들의 조직인 신청이 현대에 이르러 국립국악원을 낳고, 국립국악원은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진도는 전국 최초로 민속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됐다. 2012년부터 진도문화예술제(10월 초부터 약 한달간)를 진행하고 있는데, 남도민요경창대회와 고수대회, 청소년국악제, 강강술래 등의 각종 경연대회가 이때 열린다. 이 기간에 국가 및 도지정 무형문화재의 공개발표회도 진행된다. 진도의 ‘흥’과 ‘멋’을 마음껏 느끼고 누리는 ‘풍류의 장’이 활짝 열린다.

무엇보다 진도의 장점은 일상적으로 최고 수준의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지역민들이 이러한 질 높은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주어져 있다는 점이다.

진수성찬(진도에서 수요일에 펼쳐지는 진도군 보유 무형문화재 보존회 중심 공연), 금요국악공감(민속예술 명인·명무·명창 및 국립남도국악원 연주단 공연), 토요민속여행(2018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예술 공연), 일요상설공연(예향의 고향 진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전통예술 공연. 엿타령 등) 등의 ‘상설공연’이 진행되고 있고, 진도민속문화예술단(엿타령, 강강술래, 북놀이 등), 고군민속놀이전수관(짓봉산타령, 사물놀이), 의신민속놀이전수관(북놀이-양태옥류, 강강술래 등), 빗내기민속전수관(북놀이-박관용류, 강강술래 등), 임회민속놀이전수관(북놀이-장성천류, 토속민요 등), 지산민속놀이전수관(남도들노래, 진도만가 등), 소포전통민속전수관(농악, 설북놀이-김내식류 등) 등이 ‘예능보유자와 함께 하는 진도 전통 민속문화 공연’을 선보인다.

■ 판소리의 고장, 춘향을 매개로 관광산업 구축에 힘쓰는 남원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 된 판소리의 고향 남원은 전체 인구가 8만여명 정도이다. 동편제 판소리의 시조이자 가왕이라 불린 송흥록, 국창 박초월,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 안숙선 등이 남원 출신이다. 송흥록, 박초월 생가터가 2000년 7월 28일 만들어졌다. 판소리는 2003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왜 남원이 판소리의 고장인지 언급한 인물들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1992년 국립민속국악원이 설립됐으며, 이곳에서 다양한 공연과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특히 창극, 기악, 무용 3개 국악 연주단을 통해 남원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민속음악을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다.

국악의 성지는 총 74,540㎡의 넓은 땅에 판소리 기념실, 민속국악실, 국악실, 국악공연실, 국악체험실을 갖추었으며, 우리 민족의 전통과 혼이 담긴 국악의 본고장임을 알리기 위해 송흥록, 박초월 생가 인근의 운봉에 설립했다. 국악 체험, 국악의 역사 등을 살펴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악 전시관이다.

함파우소리체험관에서는 남원이 자랑하는 좌도 농악의 전수 및 공연, 자료 보존과 홍보가 진행된다. 전통한옥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남원의 국악과 풍물 등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며, 한옥체험업으로 지정되어 숙박 또한 가능하다.

‘남원농악’은 지난 9월 2일 국가무형문화재 중 11-8호로 지정됐다. ‘농악’이라는 큰 카테고리가 11호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안에 각 지역의 농악 등이 작은 번호로 지정된다. 남원농악은 호남좌도농악의 전형적인 특징을 온전히 보존‧전승하고 있는 농악으로서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독우물)를 중심으로 한 ‘독우물 굿’에서 유래했다. 남원농악보존회가 보유단체로 인정됐으며, 11월 2일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축하한마당을 요천변 둔치 특설무대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남원시는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등을 조성해 춘향가와 판소리를 이용한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춘향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남원에 깃든 설화와 전설을 매개로 오작교, 완월정, 월매집, 춘향관, 영화 세트장 등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관광객 유치 및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도와 남원의 경우를 보면 둘 다 전문 공연 예술인들의 집단인 신청(재인청)이 존재했던 곳이고, 그 후신이라 할 수 있는 국립국악원이 설치돼 있다. 국립국악원은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뿐 아니라 이곳에서 지속적인 인재양성이 이루어진다. 지역에서는 전국적인 명인들을 배출하고, 전국의 경연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냄으로써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예향의 고장, 판소리 또는 국악의 성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수준 높은 전통 관련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다양한 전수관 등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으며, 지역민이 일상적으로 공연문화를 접하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공연 문화의 메카로서 구축된 이미지는 다양한 테마산업으로 연결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된다.

오산은 경기재인청과 경기도당굿, 3대에 걸친 도대방 출신의 이용우 가계가 존재했던, 이로부터 재인청 예술, 전통 공연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색을 시도할 수 있는 미래 한류 전진기지로서의 잠재성을 갖고 있다. 어느 도시가 갖고 있지 못한 비교우위의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인청 관련 이론 및 공연 전문가 풀이 부족한 것이 취약점이다. 우선적으로 지역 내외에서의 인재 발굴,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전국 대회에서의 성과 창출, 재인청 축제의 모색, 부산동에서의 이용우 생가터 복원, 박물관 추진, 상설 공연장 추진 등이 필요하다. 모든 일의 출발은 뜻과 의지, 능력을 갖춘 인물로부터 출발한다. 재인청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인재 구축과 공연능력의 확보가 중요하고, 재인청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하나씩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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