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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복지를 실천한다는 것
이소영 기자 | 승인 2019.11.13 08:02

“저는 제 일이 정말 좋아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 인터뷰로 만난 한 사회복지사의 말이 한동안 귓가에 맴돌았다. 20대 중반의 그녀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한 비영리단체 소속 사회복지 활동가(‘청년 마을활동가’라고 본인을 지칭했다)였다. 현재 28명 정도가 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상근자는 4명이라고 했다.

그녀의 일(?)은 좀 남달랐다. 마을 활동에 뜻을 품고 지난 5년여간 그녀가 한 일들을 대략 나열하면 이렇다. 아파트 주민들과 매실청을 담가 공동 장독대 설치하기, 출근길 인사 나눔 캠페인 진행하기, 청소년들과 석고 방향제를 만들어 공공 화장실에 배치하기, 떡볶이를 만들어 소방관과 경비원에게 선물하기 등. ‘이벤트’같기도 하고 ‘복지’같기도 하고 ‘나눔’같기도 한 일들은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롭고 놀라웠다.

“‘언니!오빠!놀이터!’ 프로젝트라는 걸 한 적이 있어요. 근처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거죠. 그런데 신기하게도요. 외출복이 아닌 내복만 입고 나오는 아이들도 보이고, 고민이 있는 아이들이 보이는 거예요. 때로는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요.” 그녀의 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의 일이야말로 ‘길 위의 복지’구나. 사무실에서 앉아있는 게 아니라 일상의 틈으로 파고들어 사각지대의 틈새를 들여다보는 적극적이고도 쉽지 않은 일.

그녀 역시 공감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같이 살았다던 그녀는 ‘노인복지’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며 되려 모든 종류의 복지를 하는 것 같다고. (실제로 놀이터 프로젝트를 통해 놀이터에 나오는 엄마들끼리 자조적으로 공동체 모임이 생겼단다.) 덧붙여 대학원 논문도 경험을 다분히 살려 청년 마을활동과 관련해 썼다고 흡족해했다.

그녀의 에너지는 상당했다. 더 많은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토크 콘서트도 열고, 청년 콘퍼런스 등의 행사도 한다고 했다. 한데 모든 일이 행복하기만 할 수가 있을까. 좋은 점만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그녀는 고민이 단연 있다고 했다. 바로 ‘돈’.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봉사활동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부모님께서 지지해주셔서 회의도 집에서 할 때가 많은데, 정말 저희들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거든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정책을 만들어 보고 싶고요.”

참 씁쓸했다. 사실 ‘사회복지’하면 ‘돈을 적게 버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어서다. 나는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산다는 그녀의 소신이 옅어질까, 현실 앞에서 마음이 베일까, 낭만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이행될까 염려됐다. 고독과 소외감으로 구제가 필요한 사람들을 구원하는 일, 을과 병으로 사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고개를 들고 살 수 있는 일, 아무나 못하지만 하면 1%라도 사회가 달라지는 일, 이것이야말로 사회복지가 아닐까 싶었다. 그녀의 타고난 ‘선’앞에 놓인 장애물이 허물어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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