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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이 없는’ 사람의 매력
김소라 기자 | 승인 2019.11.27 07:14

최근 인기몰이를 하며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했다. 마지막 회는 시청률 23%를 넘을 정도였다. 드라마 속에서는 사회적 이슈를 툭툭 던지면서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부성애, 모성애, 미혼모, 개인주의, 공동체, 진정한 가족, SNS문제 등 우리 주변의 일들이 빼곡하게 담긴 드라마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서사, 그 속에 근사한 스토리가 있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주인공 동백이와 용식이의 로맨스를 근간으로 하며, 한 마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및 ‘까불이’라는 살인범이 마을을 위협하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다. 그 중에서 변호사 홍자영과 규태와의 관계는 깨알 같은 재미를 주었다. 동백이 커플보다도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학창시절부터 공부 잘하고, 법대를 나와 변호사를 하고 있는 홍자영은 학창시절부터 봐 왔던 규태를 선택했다. 주변의 잘 나가는 남자들을 마다하고, 바보같이 덜 떨어져 보이는 규태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난 너랑 있으면 편해. 넌 행간이 없어서 좋잖아.”

라는 말을 하고 결혼을 제안했다. 알고 보니 홍자영은 학창시절부터 한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 빼고 다 잘 했던’ 노규태를 오랫동안 지켜봤었다. 선보는 자리에 규태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관계를 먼저 리드했다. 그녀는 노규태를 데리고 여행을 가서 하룻밤을 지냈고, 노규태에게 먼저 청혼했다.

‘행간’은 원래 ‘쓰거나 인쇄한 글의 줄과 줄 사이 또는 행과 행 사이’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또 다른 뜻으로는 ‘글에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지 아니하나, 그 글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하는 숨은 뜻은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드라마에서 ‘행간이 없다’라는 말의 의미는 의도가 꼬이지 않고 순수하다는 뜻 아닐까. 허세가 심하고 부족함이 있지만,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영혼의 착한 성품을 가진 규태의 매력 말이다. 은유적으로 말을 비틀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태도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워서 규태를 사랑했다던 홍자영은 완전히 정 반대의 캐릭터를 사랑한 것이다. 자영은 사고뭉치에 허세가 심해서 항상 규태의 뒤치닥거리를 하면서 살아야 했다.

그런 규태는 마지막 회에서 자영에게 솔직한 마음으로 사과를 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여자 하고 싶었을 텐데 엄마 만들어서 미안해”라고 하며 정확하게 자영의 마음을 읽어주었다. 잘못을 정확하게 시인하는 진솔한 태도의 말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빈틈없고 완벽한 사람들은 불편하다. 행간 없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매력을 느낀다. 때로는 어눌하고 어설프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해관계나 득과 실만 따지지 않는다. 하나를 받으면 두 개, 열 개도 상대에게 내어 줄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마음을 표현하는 순수한 사람이다. 거기다가 자신의 찌질함과 못남도 시인한다. 무 자르듯 반듯하게 계산적인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도 ‘행간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립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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